[우크라 침공] 러 화학무기 쓴다면…"염소가스 등 공격 뒤 산재 위장"

입력 2022-03-26 12:55  

[우크라 침공] 러 화학무기 쓴다면…"염소가스 등 공격 뒤 산재 위장"
나토 전 사령관 시나리오 제시…"사린·노비촉 등 살상물질 사용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만약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산업용으로 쓰이는 염소나 암모니아 가스를 살상용으로 살포한 뒤 산업재해로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화학무기 전문가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의 화생방·핵무기 방어(CBRN) 부대 전직 사령관이었던 해미쉬 드 브레턴 고든은 러시아의 화학 공격과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염소나 암모니아로 공격한 뒤 산업재해로 위장하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시나리오로는 독성이 강한 신경제 사린이나 노비촉 같은 화학무기 사용을 들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어떤 화학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토의 군사개입이 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묻는 질문에 "만약 그가(푸틴 대통령) 그걸 사용한다면 우린 대응할 것"이라면서 "대응의 성격은 그(화학무기) 사용 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고든 전 사령관은 "(염소 등을 사용하는)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나토가 군사적 대응을 할지 확실하지 않다"며 "대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첩보 지원을 늘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두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전쟁용 화학물질을 쓴다면 나토는 시리아 때와 마찬가지로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4월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점령지인 칸셰이쿤에 대규모 사린가스 공격을 한 뒤 미국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에 나섰고, 이듬해에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염소가스를 살포하자 영국·프랑스와 손잡고 응징했다.
당시 두 차례 공격 모두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기지를 공습 표적으로 삼았다.

다만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군이 전면전을 우려해 러시아의 화학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은 작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시했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의 생산·비축·사용을 금지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서명한 193개국 중 한 곳인 러시아는 줄곧 화학무기 보유와 사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실제 정황은 다르게 나타난다.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한 정적 암살 시도가 대표적이다.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는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가 노비촉에 노출돼 쓰러졌고, 2020년 여객기 안에서 쓰러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몸에서도 노비촉이 검출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례들로 볼 때 러시아가 여전히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은밀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전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도 반복적으로 여러 종류의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장악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시가전에서 비롯되는 유혈사태를 피하고, 상대편의 저항 의지를 약화하기 위해 무기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2016년 시리아 내전이 치열했던 알레포의 주거지역에 화학무기 일종인 염소가스를 살포함으로써, 4년 간 끈질기게 저항하던 반군을 축출한 전례가 있다.
고든 전 사령관은 "이런 무기는 치명적이고 민간인의 저항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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