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교정 목적 수술에 보험금 누수…진짜 백내장에만 주기로"
"검사지 없으면 보험금 못 탈 수도"…업계, 가입자에 주의 당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기준이 깐깐해진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인공수정체수술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금 심사 기준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이미 작년 말부터 일부 보험사는 이러한 기준을 운영 중이며 나머지 보험사도 대부분 다음 달 중에 동일하게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 세극등검사 결과 등 백내장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백내장 인공수정체수술의 보험금 심사 기준 강화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수술 같은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 '누수'가 심각하다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공동 인식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일부 안과가 노안이 있는 장년층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백내장 여부에 무관하게 다초점 인공수정체수술을 부추겨 막대한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
노안 시력교정을 목적으로 멀쩡한 수정체를 잘라내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생내장' 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국민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이 필요 이상으로 유발한 '초과' 수술이 2020년 기준으로 9만3천398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수술 진료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1개(안)에 많게는 600만원이 넘는다. 손해보험사가 백내장수술에 지급한 실손보험 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2020년 6천480억원으로 8.3배 증가했다. 작년 보험금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합쳐 1조원 넘게 지급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시력교정치료는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보험금 지급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보험사는 실제 백내장 여부를 깐깐하게 검증하지 않고 의사의 진단명과 수술 사실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기고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백내장을 입증하는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심사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보험사들이 강화된 심사 기준에 따라 세극등검사 결과 등을 요구하므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의원으로부터 검사결과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험업계는 조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안과는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생내장' 수술을 하고, 수술 후 환자가 검사지를 요구하면 '보관하지 않는다'며 제공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며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검사지 제출 요구 등 심사기준 강화는 보험업계의 자체 기준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는 것이어서 일부 안과의 '절판 마케팅'으로 인한 혼란과 민원·분쟁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극등검사 결과 제출을 의무화를 두고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감독규정 시행세칙이나 표준약관을 개정할지는 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험업계가 심사 기준 강화에 나서면서 가입자의 불안을 자극해 수술을 부추기는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연초 알려진 이후 일부 안과병원이 '앞으로 노안 교정 수술은 보험금을 못 받게 된다'며 절판 마케팅에 나서 최근 다초점수술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입자의 혼란이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만간 대책을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비급여 누수 방지 태스크포스는 백내장뿐만 아니라 도수치료와 주사제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다양한 비급여 항목의 심사 강화방안을 협의해 시행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단 백내장 다초점수술에 대해 보험금 심사 기준을 먼저 적용하고 도수치료와 주사제 등 다른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