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위해 해외 니켈·구리광산 등 매각 계속 진행
매각중단시 법개정 등 절차 필요…'국내기업에 매각' 등 대안 검토할듯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 재검토를 지시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급망 강화 방침을 밝힌 만큼 그동안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데 집중했던 기존의 정책은 어느 정도의 방향 선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악화한 자원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추후 새 정부에서는 매각 철회를 비롯해 신규 투자까지 재개하는 등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암바토비·코브레파나마 등 광산 매각 계속 추진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기존 방침대로 해외자산의 매각 절차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의 권고에 따라 광해광업공단이 소유한 26개의 해외자산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무리한 투자 후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자본잠식 등이 발생하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 가운데 11개 광산은 매각이 마무리됐으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니켈·코발트), 멕시코 볼레오 광산(동),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광산(구리), 호주 와이옹 광산(유연탄) 등 15곳의 자산 매각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남은 자산 가운데 특히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곳은 암바토비 광산과 코브레파나마 광산이다.
암바토비 광산은 매장량이 원광 1억4천620만t(톤)으로 2014년부터 연간 니켈 3만3천∼4만7천t, 코발트 3천t 안팎을 생산하고 있다.
코브레파나마 광산의 경우 구리 매장량이 21억4천300만t에 달하며 연간 35만t의 구리가 생산된다.
지난해 9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광해광업공단은 최근 암바토비 광산의 경제성 평가를 재검토한 후 기존대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브레파나마 광산과 와이옹 광산도 매각 주관사와 계약을 연장해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급망 위기를 고려해 핵심 원자재가 생산되는 암바토비와 코브레파나마의 경우 매각 중단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부가 문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경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매각하기로 했던 공공기관 투자 해외자산 중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회의 내용은 공급망 안정성을 강조한 차원이지 무조건 매각을 재검토하자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매각 중단과 같은 구체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당시 회의에서는 '공급망 동향, 사업별 매각 상황, 재무구조 개선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 변화를 고려해 해외자산을 살펴보자는 의미였을 뿐 매각 중단과 같은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자원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 여전…"전면 재검토" 요구 커져
정부가 당장 매각 계획을 철회할 수 없는 것은 광해광업공단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단으로 통합되기 이전의 광물자원공사는 과거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 부실로 2016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6조7천535억원에 달한다.
통합 이후 공단도 지난해 부채 규모가 7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바토비 광산에는 약 2조원, 코브레파나마 광산에는 약 9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당장 공단의 부실을 떨어내려면 이들 대규모 해외자산을 정리할 필요성이 여전한 셈이다.
제도적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 광해광업공단법상 공단의 업무 범위에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외부 기관인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통해 보유 자산을 무조건 처분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공단이 해외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계속 운영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광물 외에 다른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유전과 가스 자산 매각도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계속 진행 중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멕시코만 해상 유전을 비롯해 현재 보유한 31개 광구 중 13개 광구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한국가스공사도 자체 수립한 로드맵에 따라 다수의 해외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차기 정부가 해외자산 매각 계획을 철폐하는 등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튬·코발트·니켈 등 미래 산업을 책임질 핵심광물 자원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외자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광하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미래산업연구소 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해외자원개발을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면서 "광해광업공단의 자산 매각 계획은 공적 자금 출연 등의 재무개선 조치와 병행 검토하되 매각이 불가피한 경우 국내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내기업에 매각' 방안 검토할 듯…자원안보특별법 내용 주목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뚜렷한 공약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공급망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원자재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의 초점이 '효율성'에서 '안정성'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핵심원료의 공급망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24일 산업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공급망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자산 매각을 중단 또는 철회하려면 광해광업공단법 개정과 해외자산관리위원회 의결,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매각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되 해외 정부·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민간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 구조를 바꾸기로 한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2020년 5월 발표한 자원개발 기본계획(2020∼2029년)에는 민간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공기업은 탐사 위주로 민관 협력모델을 발굴·추진해 민간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업부의 다른 관계자는 "공기업은 비축 등 필수 역할 위주로 기능하고 민간 주도로 자원개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다"고 설명했다.
차기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밑그림은 정부가 현재 제정을 준비 중인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이 법은 석유·가스 등 기존 에너지원뿐 아니라 수소·핵심광물 등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인수위와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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