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학교 이어 놀이동산마저 남녀 분리 명령(종합)

입력 2022-03-27 19:11  

탈레반, 학교 이어 놀이동산마저 남녀 분리 명령(종합)
남성 보호자 없는 여성의 여객기 탑승도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남녀 성차별·분리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탈레반은 학교에 이어 놀이동산마저 남녀 분리 이용을 명령하고,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은 여성의 여객기 탑승까지 금지했다.



27일 톨로뉴스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임명한 아프가니스탄 권선징악부는 카불의 모든 놀이동산은 앞으로 남녀 손님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권선징악부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적용 등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한 전담 기관으로 소속 대원은 '종교 경찰' 역할도 수행한다.
권선징악부의 놀이동산 남녀 분리 결정에 따라 여성은 반드시 히잡을 쓰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만 놀이동산을 방문할 수 있고, 남성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가족과 연인들은 함께 놀이동산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권선징악부는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포 통치에 앞장섰다.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 지도부는 국제사회 인정과 원조를 받기 위해 '여성 인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권선징악부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으며 여성 차별 정책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현재 대다수 아프간 여성은 일자리에서 쫓겨나 집 안에 머무는 상황이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고, 수도 카불의 광고판에 그려진 여성 얼굴은 검은 페인트로 덧칠됐다.
탈레반 정부 교육부는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23일부터 중·고등 여학생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등교 당일 "여학생들 복장과 관련해 정부 지도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남학생과 저학년 여학생, 여대생은 차례로 등교를 허용했지만 7학년 이상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대부분 막아왔다.
여학생들은 등교하더라도 남녀 분리 수업을 받아야 한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과 여학생들은 이번 주말 카불 등 대도시에서 전면 등교 허용 약속을 지키라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



아울러 탈레반이 임명한 국경경찰 지도부는 24일 카불공항에서 열린 회의에서 어떤 여성도 '마흐람'(남성 보호자) 없이 여객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25일부터 카불공항에서 국내선, 국제선 여객기에 타려던 여성 승객 수 십명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남성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국제선 탑승을 거부당한 여성은 캄에어와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행,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터키행 여객기 예약자들이며 일부는 이중국적자들로 전해졌다.
마흐람은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등 가족 중 남성이 맡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한 달 전 기자회견에서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장거리 여행이 불가하다"고 발표했으나, 그동안 항공 여행에 이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탈레반은 앞서 택시 운전자들에게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남성 보호자 없이 장거리를 가는 여성을 태우지 말라고 지시했다.
여성 차별 정책으로 국제 사회 비판을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18년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과 운전을 허용했고, 2019년에는 여성이 해외여행 시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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