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자메이카선 시위 직면…일부 행사 "과거 식민지 시절 연상" 논란
자메이카는 면전서 왕실과 결별 시사…왕세손 "영연방 국가 미래, 주민들이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연방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일주일간 카리브해를 찾은 윌리엄 영국 왕세손 부부가 험난한 여정에 곤욕을 치르면서 영연방의 불안정한 지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영 매체 더타임스에 따르면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연방 3개국 벨리즈, 자메이카, 바하마에서 펼쳐진 윌리엄 영국 왕세손 부부의 순방외교는 일련의 논란에 휘말리면서 순탄치 않게 끝이 났다.
왕세손 부부의 이번 방문은 여왕 즉위 70년을 맞아 카리브해 영연방 국가와 영국 왕실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명에 따라 이뤄졌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지난해 11월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국으로 새로 출발한 후 다른 영연방 국가들도 바베이도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첫 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방문지인 벨리즈에서 20일 카카오 농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윌리엄 왕세손이 후원하는 재단과 토지 분쟁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인 탓에 방문 장소가 급하게 변경됐다.
이후 방문한 자메이카에서는 사진 한 장과 군사 퍼레이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왕세손 부부와 악수 한번 하기 위해 철조망 사이로 힘겹게 손을 뻗는 현지 아이들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인종적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언급됐다.
자메이카 방문 마지막 날에는 군복을 입은 윌리엄 왕세손이 랜드로버 차량을 타고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했는데 과거 식민지 시절을 연상케 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1950∼1960년대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에든버러 공작)도 랜드로버를 타고 퍼레이드를 펼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왕실 관계자도 "(그림이) 보기 좋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왕세손 보좌관 측은 군사 퍼레이드는 정해진 격식이 있고 자메이카 국방군 측에서 이 차량을 콕 집어 사용하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순방에서 일부는 향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윌리엄 왕세손이 자메이카에서 식민지 시절 벌어진 노예무역에 대한 발언도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깊은 슬픔을 표현하고 싶다"며 "노예제는 혐오스러운 일이었고 다신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직접적인 사과나 보상을 언급하진 않았다.
자메이카에서는 왕세손 부부가 도착하기 전날 영국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왕세손 부부는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싶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순방 목표가 무색하게 됐다.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는 23일 왕세손 부부와 만나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뜻을 시사했다.
순탄치 않은 일정을 마치고 이날 왕세손 측은 솔직한 소회를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왕세손은 성명에서 "이번 순방이 과거와 미래에 대해 더 날카로운 질문을 불러왔다는 걸 안다"며 "벨리즈와 자메이카, 바하마에서 미래는 이들 국가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영국 왕실과의 관계에서 장차 이 지역 국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존중하겠다는 이 같은 왕세손의 발언은 장차 영 연방 국가들이 영국 왕실과 결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AFP는 짚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그러면서도 영연방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왕세손 측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회원국들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영연방의 잠재력과 최선을 다해 이를 지지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지난해 11월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국으로 새 출발한 후 다른 영연방 국가들도 바베이도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54개국으로 구성된 영국연방(코먼웰스) 집합체의 수장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이들 국가 중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국가원수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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