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화 제삼자에 보장돼야…국민투표 거쳐야 가능"
"안보보장·비핵보유국 지위 논의가능…비무장화는 받아들일 수 없어"
서방 무기 지원 '미온적' 비난…"마리우폴이 보여준 용기의 1% 수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인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돈바스 문제와 관련한 타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또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제삼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것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에 대해서는 "비무장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인에게 "러시아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갈등을 길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과 합의해야만 한다"며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그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 나와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한 자국 매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성명을 내고 "다수의 러시아 매체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며 "이 인터뷰를 보도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검찰도 이번 인터뷰 공개의 적법성 등에 대한 법적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27일 연설에서 서방이 무기 지원을 주저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화상 연설에서 마리우폴이 러시아 포위 속에서도 버티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들이 보여준 투지, 용기, 단호함은 놀랍다"면서 "그들에게 탱크와 제트기 수십대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31일 동안이나 생각하는 이들은 아마도 마리우폴이 보여준 용기의 1%만 가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리우폴은 이달 초부터 이어진 러시아군 폭격으로 사실상 포위된 채 초토화된 상태다. 마리우폴은 러시아엔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지역인 돈바스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로 드나드는 모든 출입구가 막혔고 항구에는 기뢰가 깔렸다"며 "음식과 의약품, 식수를 보급할 수 없어 도시 안에서는 인도적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인터뷰 보도를 금지한 것을 두고는 언론의 자유를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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