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나중 자폐 스펙트럼장애(ASD: autistic spectrum disorder)로 진단될 아이는 정상아와 달리 생후 6개월 이후부터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扁桃體: amygdala)가 커지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편도체는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로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불안에 대한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사람의 표정을 읽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편도체 때문이다.
학령기에 들어선 ASD 아이는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큰 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편도체가 정확히 언제부터 커지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없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발달장애 연구소의 마크 셴 정신의학·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유아 408명을 대상으로 생후 6개월부터 24개월 까지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뉴스 메디컬 라이프 사이언스(News Medcial Life Science)가 26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207명은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 중에 자폐아가 있어 ASD 위험이 매우 높았고 29명은 유전성 발달장애인 취약 X염색체 증후군(fragile X syndrome) 그리고 나머지 109명은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연구팀은 생후 6개월, 12개월, 24개월 때 이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관찰했다.
그 결과는 ASD 위험군 중에서 나중 ASD로 진단된 아이 58명은 생후 6개월까지는 편도체의 크기가 정상이었으나 생후 12개월과 24개월에는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아이들은 생후 12개월이 되자 편도체가 상당히 커졌고 생후 24개월까지 계속 더 커졌다.
이 아이들은 생후 6개월에는 인지기능이 정상이었으나 생후 6개월부터 ASD 진단을 받은 생후 24개월 사이에 점차 인지기능이 떨어져 갔다.
편도체가 커지는 속도가 빠른 아이일수록 생후 24개월에 ASD 증상(사회행동 장애 등)이 더 심했다.
취약 X염색체 증후군 아이는 편도체의 크기는 정상아와 차이가 없었지만 반복 행동(repetitive behavior)과 연관이 있는 뇌 부위인 미상핵(尾狀核: caudate)이 비정상적으로 컸다.
X 염색체 증후군은 X 염색체에 취약한 부위가 있어 지적 장애, 발달 장애 등을 유발하는 유전 질환이다.
취약 X염색체 증후군 유아들은 생후 6개월에 이미 인지기능 저하를 보였다.
ASD 아이는 유아기에 감각 정보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가 편도체의 과도 성장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ASD의 특징적 행동이 나타나기 이전인 생후 6~12개월에 편도체가 지나치게 커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ASD를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ASD는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해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체적인 결과는 ASD 위험이 매우 높은 아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해야 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는 생후 첫 1년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해 주어야 할 일은 시각과 다른 감각 처리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도와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정신의학 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학술지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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