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보안이 잘 안되는 휴대전화 등으로 통신하다가 감청돼 공격의 목표가 되고 있다고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러시아군이 '놀라울 정도로' 자주 보안이 허술한 휴대전화로 통신을 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군의 지휘 통제상 문제를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 분야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군의 기밀 통신 능력이 좋지 않아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통신을 쓰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고 밝혔다.
WP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느슨한 군 규율과 대규모 장거리 전투 계획 부재,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통신 인프라 시설 파괴 등이 허술한 보안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봤다.
보안에 취약해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부대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병사들의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사례도 여럿이라고 한 유럽 정보당국자는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훔쳐 가족들과 통화했다는 제보도 있다며 이는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를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국방분석업체 제인스그룹의 러시아인 군사전문가 코스타스 티그코스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교신을 교란할 수 있는 장비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통신망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파괴되면서 러시아군이 보안에 취약한 통신장비를 쓰게 됐으며, 러시아군에 의한 통신기지국 파괴도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러시아군의 통신 능력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이 보안이 취약한 통신회선을 자주 이용하면서 아마추어 무선통신 애호가들이 러시아군의 대화를 듣는 경우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넓고 전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부대들과 통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달 초 러시아군 장성이 휴대전화 때문에 위치가 노출돼 공습을 받고 숨졌다고 보도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정보 장교들이 공개된 주파수로 정보를 주고받다 감청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시리아 등 다른 전장에서 아무 문제 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해온 러시아 지휘관들이 이를 그대로 우크라이나에 적용했다가 피해를 보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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