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정 지출 고강도 구조조정…'확장재정 정상화'(종합2보)

입력 2022-03-29 15:47   수정 2022-03-29 16:03

내년 재정 지출 고강도 구조조정…'확장재정 정상화'(종합2보)
'적극적 재정 운용' → '지속 가능한 재정' 선회…재량지출 10% 절감
국무회의서 편성 지침 의결…새 정부 출범 맞춰 5월 초 보완지침 마련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이 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들어가는 지출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정부의 정책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도 10조원 넘게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확정했다.


◇ '적극적 재정 운용'서 선회…코로나 대응 예산 줄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으로 '재정의 필요한 역할 수행'과 '지속 가능한 재정 확립'을 제시했다.
경제·사회구조 전환에 대응해 필수적인 재정을 투입하되,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재정지출을 완전히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와 상반된 지침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적극적 재정 운용'을 재정 운영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예산안 편성 목표로는 '포용적 선도국가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사라지고, 대신 재정 정상화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정부는 우선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방역 지원 사업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한시적 지출을 위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일례로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현재 조 단위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이전에는 지출 수준이 수백억원대였다.
나머지 지출도 변화한 경제 여건에 맞게 전략적으로 조정된다.
정책금융은 민간 금융을 활용하는 이차 보전 사업으로 전환해 지출 규모를 절감한다.
법으로 지출이 강제된 의무지출 역시 향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검토한다.
연간 300조원이 넘는 재량지출은 10% 절감을 목표로 했다.
연례적으로 이월이나 불용이 발생하는 집행 부진 사업은 최근 집행 실적에 따라 지출 규모를 10∼50% 줄이고, 공공부문이 직접 사용하는 업무추진비·특별활동비 등 주요 경비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지출 감축 규모는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량지출은 인건비나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서 구조조정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약 1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량지출 절감과 코로나 한시 지출 정상화를 고려하면 (이번 절감 규모는) 통상적으로 매년 절감하는 규모보다 어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재정준칙 취지 존중해 예산안 편성"…지출 정상화하나
정부는 또 재정준칙의 원활한 도입을 목표로 "준칙 도입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 내년 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앞서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는 2020년 말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아 국회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관련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사한 기금을 통폐합해 기금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특별회계·기금의 여유 재원을 동원해 정부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사회보험 역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 추계를 내실화하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정의 확장성보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편성되는 만큼, 코로나 상황에서 급격히 팽창한 재정이 정상화 기조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607조7천억원) 규모를 고려하면 일단 내년에도 600조원을 훌쩍 넘는 '슈퍼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올해 본예산에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5.5%)을 적용할 경우 내년 총지출은 64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에도 재량지출 10% 구조조정 등의 지침을 제시했지만, 총지출은 1년 전보다 8.9% 늘었다.


◇ 5월초 보완 지침 마련…한국판 뉴딜 등 수정 불가피
지출 분야별로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초저출산 대응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식료품·에너지 비용 등 생활물가 안정을 지원하고,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도 늘린다.
교육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산업 구조 재편 등 변화에 대응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교육 재정 구조 개선을 검토한다.
다만 이 같은 지침은 현 정부에서 제시된 것으로, 오는 5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과제에 맞춰 일부 수정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의 경우 이번 지침에서는 이미 제외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산 지침을 통해 "한국판 뉴딜의 착근 등 핵심 정책 과제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올해는 뉴딜 관련 내용이 자취를 감췄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나 'K-방역'을 비롯한 기타 정책 사업 역시 이번 지침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윤 당선인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차기 정부 국정과제가 향후 지침에 새롭게 추가될 전망이다.
최 실장은 "이번 편성지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도 실무적으로 협의를 했다"면서 "오는 4월 말∼5월 초에 공약 국정과제가 어느 정도 구체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5월 초 추가적인 보완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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