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크라 전쟁·좌파 분열 등으로 관심 저조
연임 도전하는 마크롱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1위 유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차기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에서는 높은 기권율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투표를 반드시 하러 가겠다는 응답률이 70% 이하로 나와 역대 최고 기권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최근 일간 르몽드 의뢰로 진행한 조사를 보면 67%가 확실히 투표하러 가겠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의 81%가 투표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과 달리 18∼24세는 53%만이 투표하겠다고 밝혀 젊은 층의 관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기관이 프랑스앵포 방송과 진행한 조사에서도 67%가 투표에 꼭 참여한다고 답해 기권율이 3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대통령선거 역사상 가장 높았던 기권율을 기록한 해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02년이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28.4%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조명을 받지 못했던 극우 성향의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예상을 깨고 결선에 진출했다.
이처럼 아직은 중도 성향의 전진하는공화국(LREM) 후보로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지배적이지만, 투표율이 저조하면 승패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대선에서 20년 전보다 더 낮은 투표율을 예상하는 이유는 모든 이슈를 흡수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대선에 출마하는 12명의 후보가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의제 설정을 하지 못하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티외 갈라르 입소스 연구이사는 프랑스앵포와 인터뷰에서 2017년 대선과 달리 올해 대선에서는 프랑스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서로 다른 후보들이 유로화 탈퇴, 보편적 기본소득, 공무원 감축과 같은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 투표장으로 이끌었다고 갈라르 이사는 설명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1, 2위를 차지한 지난 대선 1차 투표의 투표율은 78%로 집계됐다.
좌파 진영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가 난립해 결선 투표 진출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저조한 투표율을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좌파 진영 후보들로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 야니크 자도 녹색당(EELV) 후보, 파비앙 루셀 공산당 후보, 안 이달고 사회당(PS) 후보 등이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해봤자 자신이 원하는 후보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할 것이기에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부분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한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 안팎으로 높아 2차 투표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대선은 4월 10일 1차 선거를 하고,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위와 2위에 오른 후보끼리 4월 24일 결선에서 맞붙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프랑스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에게 다시 엘리제궁을 내어준 것은 시라크 전 대통령이 연임한 2002년이 마지막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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