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호화로워 못 팔았다…군 기업에 넘겨 일반에 대여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가 매물로 나온지 3년이 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멕시코 대통령이 항공기를 결혼·생일 파티 등의 용도로 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전용기 'TP-01'을 멕시코 군(軍) 기업에 넘겨 일반에 대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항공기를 대여해서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그 수익으로 유지 비용도 충당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미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혼식을 하거나 생일 파티를 하거나 기업이 직원들에게 포상 여행을 제공할 때 비행기를 빌려 (휴양지) 캉쿤이나 로스카보스에 갈 수 있다"며 "대통령 전용기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 수 있도록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 787-8 드림라이너 기종의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직전 대통령이 2012년 2억달러(약 2천449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300석 규모의 항공기를 80명 정원으로 개조하고 침실과 샤워 시설 등도 설치했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전용기가 멕시코의 현실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호화롭다며 매각을 약속했고, 취임 이후 줄곧 민간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타고 국내외 출장을 다녔다.
그는 전용기를 판 돈을 불법이민 대책 마련에 쓴다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장비 확충에 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3년 반이 다 되어가도록 전용기는 팔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매각 계약 진행 상황을 공개한 적도 있으나 모두 최종 성사되진 못했다.
전용기가 격납고에서 잠자는 동안 유지·보수비용만 늘어나자,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통령기 특별 복권을 발행해 유지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제 매각 가능성은 배제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 호화로워서 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대통령기를 과거 정권들이 저지른 "과소비의 표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전용기를 넘겨받게 된 기업은 '올메카 마야 멕시카'라는 이름의 군 기업으로, 멕시코 대통령 역점 사업인 멕시코시티 신공항과 마야 열차 등을 운영하기 위해 최근 설립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후 주요 인프라 사업과 코로나19 백신 관리 등의 중요 업무를 군에 맡겨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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