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급증에 비상사태 선포…교도소 수감자 급식도 제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살인사건 급증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중미 엘살바도르가 이후 갱단 조직원 수백 명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엘살바도르 경찰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 "전날 이후 총 40여 개 갱단 소속 576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28일에도 갱단 조직원 검거 소식을 추가로 계속 전하고 있어 체포된 이들의 숫자는 600명을 훌쩍 넘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최근 엘살바도르 전역에서 강력 범죄가 급증하자 27일을 기해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 등 악명 높은 범죄조직들 탓에 치안이 좋지 않은 엘살바도르에선 지난 26일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5∼27일 사흘간 벌어진 살인은 모두 87건으로 지난 2월 전체 79건보다도 많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엘살바도르에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 권리가 제한되고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 없는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 등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교정시설 내 수감자들의 감방 밖 외출이나 면회 등도 금지됐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무더기 체포로 수감자들이 늘어나도 재소자들에게 주는 음식 전체 양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자 1인에게 공급되는 음식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작은 천사들(수감자들)이 걱정된다면 와서 음식을 갖다주라"며 "난 이 테러리스트들을 먹이려고 학교에 쓸 예산을 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020년 교도소에 수감된 갱단 조직원들을 속옷만 입힌 채 한데 몰아넣은 사진을 공개했다가 국제 사회로부터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이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날도 군경이 교도소에 들어가 속옷만 입힌 채 수갑을 채운 수감자들을 거칠게 제압해 운동장에 몰아넣은 후 감방 안을 수색하는 영상을 올렸다.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취임 이후 갱단과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살인 건수를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냈고 이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범죄 건수를 줄이기 위해 갱단과 뒤에서 거래했다는 의혹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온 바 있으며,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지난해 말 보고서에 이러한 의혹을 제기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