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놀이동산 남녀 분리, 남성 보호자 동행 의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남녀 성차별·분리 정책을 속속 도입한 데 이어 공무원들에게 턱수염까지 의무화하는 등 다시 이슬람 질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톨로뉴스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임명한 아프가니스탄 권선징악부는 전날 남성 공무원들의 턱수염 의무 이행 여부를 조사해 턱수염을 기르지 않은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징계 대상에 올렸다.
권선 징악부 대변인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턱수염을 길러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지키지 않는 공무원들이 있어 청사 입구에서 검사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질서 구축 전담 부처인 권선징악부는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포 통치에 앞장섰다.
작년 8월 재집권한 탈레반 지도부는 국제사회 인정과 원조를 받기 위해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권선징악부가 다시 이슬람 질서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권선징악부는 지난달 남성 공무원은 턱수염을 길러야 하고, 여성 공무원은 히잡 착용이 의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달 27일에는 카불의 모든 놀이동산이 남녀 손님을 따로 받아야 한다며 여성은 반드시 히잡을 쓰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남성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놀이동산을 이용하라고 명령했다.
권선징악부는 우상 숭배라며 옷가게 마네킹의 머리 부위를 떼어 내라고 지시하고, 여성은 '마흐람'(남성 보호자) 없이 72㎞ 이상 장거리 여행을 금지했다.
마흐람은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등 가족 중 남성이 맡는다.
탈레반이 임명한 국경 경찰 지도부는 이달 25일 남성 보호자 미동행 여성의 여객기 탑승까지 금지해 여성 승객 수 십명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권선징악부를 포함해 탈레반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1차 통치기 당시 여성은 교육과 일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남학생과 저학년 여학생, 여대생은 차례로 등교를 허용했지만 7학년 이상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대부분 막아왔다.
탈레반 정부 교육부는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23일부터 중·고등 여학생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등교 당일 "여학생들 복장과 관련해 정부 지도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카불 등 대도시에서는 여성 인권운동가들과 여학생들이 교육 보장 시위를 벌였다.
최대 무슬림국인 인도네시아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과 카타르의 롤와 알 카터 외교차관이 카타르 도하에서 전날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고등 여학생 등교 허용을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성명을 내고 아프간 여학생 등교 금지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학생 등교를 즉각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최근 영국 공영 BBC 방송, 미국의소리(VOA) 등 외국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또한 막았다.
탈레반 관계자들은 지난주 남부 칸다하르에서 사흘간 열린 탈레반 지도부 회의 후 회귀 움직임이 강해졌다며, 이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아쿤드자다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으로 탈레반의 실질적 1인자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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