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식용유 파동'에 집권당 '진땀'…"튀기지 말고 끓여야"

입력 2022-03-29 12:19  

인니 '식용유 파동'에 집권당 '진땀'…"튀기지 말고 끓여야"
팜유 세계 최대 수출국이지만 우크라 사태로 품귀현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세계 팜유 최대 수출국임에도 식용유 품귀현상를 겪는 인도네시아 집권당이 각종 정책에도 사태 해결이 안 되자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시연회를 여는 고육지책을 동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속한 집권 투쟁민주당(PDI-P)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식용유 없는 요리법'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는 PDI-P 지역 본부 가운데 18개 본부 대표들이 각각 요리사를 데려와 수십 명의 취재진 앞에서 식용유를 쓰지 않거나, 최소한만 사용하는 요리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PDI-P 관광 부문 간사인 위리얀티 수캄대니는 행사에서 "식용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끓이거나 찌고, 굽고, 훈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집권당이 이날 요리 시연회를 개최한 것은 당수이자 2001∼2004년 5대 대통령을 지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의 발언이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최근 '식용유 파동'과 관련해 "인도네시아인들이 왜 식용유를 사려고 줄을 서는지 모르겠다. 온종일 튀긴 음식이 전부냐"고 발언해 서민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메가와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서 서민 음식을 이해 못 한다", "우리가 왜 식용유 때문에 걱정하는지 알 턱이 없다"고 흥분했다.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딸이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고, 메가와티의 딸 푸안 마하라니가 현재 인도네시아 첫 여성 하원의장을 맡고 있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식용유 발언'으로 비난받자 시연회와 함께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반응에 너무 놀랐다. 정치적 이슈로 조롱받을 수는 있지만, 내 발언의 의도는 아이들에게 튀긴 음식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팜유 국제가격 상승에 이어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값이 더 오르자 최대 팜유 수출국임에도 내수시장의 식용윳값이 오르고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해바라기씨유 수출 1, 2위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팜유를 포함한 식물성 기름의 국제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면) 등 볶거나 튀긴 음식을 선호해 식용유 가격은 민심과 직결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용유 파동'에 대응해 내수시장 공급의무 신설 등 여러 정책을 내놨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리고, 수출세와 부담금을 늘려 그 돈으로 내수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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