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중재자' 자처 마크롱 외교 조명…"결과적으론 서방 대응에 일부 혼선"
유럽독자안보 구상 어느정도 가시화…대선 앞 국내선 긍정 평가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끈기로 평가한다면 최고의 외교관, 성과를 따지자면 글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분주한 행보를 보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28일(현지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병력을 증강하고 실제 침공까지 감행한 지난 4개월간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정상과 총 42번의 전화통화를 했고 3차례 회담도 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는 17차례, 직접 모스크바로 날아가 한차례 회담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25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키이우(키예프)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각각 회담도 했다.
NYT는 이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의 '끈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실에서의 성과를 고려한다면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고 나면 벨라루스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민스크 평화협정에도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상황으로 흘러갔다.
2주 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2곳의 독립을 승인했다. 또 돈바스 지역 주민에 대한 대량학살 등을 막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는 구실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철수할 것이라던 러시아군도 여전히 벨라루스에 남아있다.
결과론적이지만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한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억제하려는 서방의 대응에 일정 부분 혼선을 초래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측에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모양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자국에 탱크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두고 "프랑스가 러시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체제를 주창해온 마크롱 대통령의 오랜 노력은 어느 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그동안 외교에서 군사적 역할을 경시해온 독일을 비롯해 덴마크와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거나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7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옆에 사는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유럽인들"이라며 "우리는 국방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을 위한 안보 구조를 규정해야 하고 이를 위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국민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8.5%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평균 지지율보다 4%포인트 높은 동시에, 경쟁자인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대표보다도 8.5%포인트 높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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