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탄핵 모면…취임 8개월 만에 두 번째 위기 넘겨

입력 2022-03-29 14:48  

페루 대통령 탄핵 모면…취임 8개월 만에 두 번째 위기 넘겨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안, 의원 130명 중 55명 찬성으로 부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52) 대통령이 또 한 번의 탄핵 위기를 넘겼다.
페루 국회는 28일(현지시간) 8시간을 넘긴 마라톤 토론 끝에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찬성 55표 대 반대 54표, 기권 19표로 부결시켰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는 정원 130명의 3분의 2인 87표 이상이었다.
앞서 이달 초 50여 명의 야당 의원들은 카스티요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부패 의혹을 거론하며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지난 15일 탄핵 절차 개시에 찬성한 의원 수가 76명이었기 때문에 탄핵안 최종 가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날 실제 탄핵에 찬성한 의원은 오히려 더 줄었다.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긴 것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8개월 만에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정치 신인인 좌파 카스티요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우파 유력 정치인 게이코 후지모리를 불과 4만여 표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최근 몇 년 새 계속됐던 페루의 정치 혼란은 치열했던 양극화 대선을 겪으며 더욱 극심해졌고, 카스티요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갖가지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가 반복되면서 8개월 사이 국무총리가 4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대통령 측근들의 부패 의혹도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 의혹 등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 그때도 탄핵 사유였다.
당시엔 탄핵 개시에 찬성한 의원이 46명으로, 최소 요건인 40%(52명)에 못 미쳐 탄핵 시도가 일찌감치 무산됐다.

4개월 만에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은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 나와 "모두가 실수하고 결점이 있지만 난 내 약속과 가치, 원칙에 충실했다"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의원들을 향해 "민주주의를 위해, 페루를 위해, 불안정을 막기 위해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탄핵안 부결로 페루 정국이 더 큰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피했으나, 이미 인사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카스티요 대통령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페루는 정치권의 부패가 끊이지 않고, 정치세력이 파편화된 데다, 탄핵 절차도 비교적 손쉬운 탓에 최근 몇 년 새 대통령의 중도 낙마가 반복되고 있다. '도덕적 무능'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다.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탄핵 직전 스스로 물러났고,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2020년 11월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이후 국회의 무리한 탄핵에 대한 거센 반발 시위 속에 마누엘 메리노 전 임시 대통령이 닷새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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