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고위당국자, 이례적 브리핑 자처해 '통상 기능 복원' 필요성 설명
산업부, 공식 입장 표명 자제속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정래원 권혜진 기자 =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통상 업무 이관을 둘러싸고 벌이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외교부는 29일 고위당국자가 이례적으로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익명 전제 브리핑)을 자청해 통상 기능을 되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산업부의 통상교섭 기능 유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근 산업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무역협회 개최 행사와 산업부 차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산업연합포럼 설문을 통해 산업부에 유리한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당국자는 특히 최근 산업부의 통상 업무 유지 필요성을 담은 기사들에 대해 "상당수가 근거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 경제지 기고를 통해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며 산업부 존치를 주장한 데 대해 "통상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단 9년뿐"이라고 반박했다.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에 둔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계속 통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 고위당국자는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산업부 주장에 대해서도 "통상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각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제조업 담당 부처가 민감한 농업, 수산업 등 분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통상교섭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와 경쟁하는 세종시에 있는 부처에서는 이게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산업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희는 그런 조직을 당겨오기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니다"며 "실장 몇 개, 국장 몇 개, 사무관 몇 명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9년간 통상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다. 저희는 되게 절실하다"면서 "정부조직법에 통상 및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너무 많고 팔과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통상과 외교가 접착제로 붙어 있어서 분리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늘 업무영역을 가지고 다투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부에서 통상 업무 담당자들이 소외됐다고도 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어느 쪽에서는 왜 계속 (통상을) 등한시하다 조직개편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옥동자로 대접하는지, 왜 외교부에 있을 때는 외교부의 많은 엘리트 직원들이 이 업무를 하겠다고 몰려들었는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외교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논의됐던 통상조직 이관이 산업부 장관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요직에 있던 산업부 전직 관리들을 통한 로비로 무산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시대 변화로 인해 통상과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으며, 따라서 현 조직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통상과 산업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산업부의 논리다.
산업부는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산업과 통상 간 공조가 필요한 이유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독일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무역 규모가 큰 국가들은 주로 통상 기능을 산업부처가 관할한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 기술 경쟁, 급격한 디지털 경제 전환 상황 속에서 산업부처 통상 주도형의 국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