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병원에서 병실 부족 등의 이유로 코로나19 어린이 환자를 부모와 떼어놓은 채 입원 치료를 하는 사례들이 보고돼 공분을 산 가운데, 그러한 피해를 본 어린이가 최대 2천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정신건강 관련 자선단체 '마인드 홍콩'은 최근 5∼6주간 코로나19에 걸린 10세 미만 환자 약 1천∼2천명이 부모와 분리된 채 입원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이 29일 보도했다.
'마인드 홍콩'의 대표인 루시 로드 박사는 "코로나19에 걸린 자녀와 함께 입원을 허가받은 부모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뭐라 해도 아동학대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코로나19에 걸린 11개월 된 영국인 아기가 부모와 분리된 채 최소 7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주홍콩 영국 영사관과 호주 영사관은 해당 사례와 관련해 홍콩 당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외국인은 홍콩이 전 시민에 대한 강제 검사 계획을 발표하자 자신의 자녀가 그런 일을 당할까 우려해 서둘러 홍콩을 떠나기도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로드 박사는 병실에 혼자 남겨진 어린이는 질식 등 여러 사고에 노출될 수 있고, 특히 3세 미만 유아는 나쁜 일이 벌어지면 자책하는 경향이 있어 부모와 분리에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어린 자녀를 부모와 떼어놓는 것은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고 어린이의 정신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웡 입법회(의회) 의원은 홍콩 병원 당국에 부모와 분리된 채 입원한 코로나19 어린이 환자의 규모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피해 가정에 심리 상담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은 부모와 자녀 분리 정책은 홍콩의 국제적 평판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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