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게리맨더링 논란 선거구획정안 뒤집은 첫 사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대법원이 최근 위스콘신주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조정안에 대해 '위헌' 우려를 표하며 불허 판결을 내린 후 민주·공화 양측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지역 언론과 NBC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선거구 재획정안이 인종·피부색·언어에 근거한 차별적 투표 관행 및 절차를 금하는 미국 투표권법(1965) 제 2조에 위배된다"며, 이를 승인한 주(州) 대법원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재판부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70·민주)가 흑인 다수 선거구를 6개에서 7개로 늘리도록 선거구를 획정한 데 대해 "정당성 없이 인종에 근거한 선거구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버스 주지사는 선거구 조정을 통해 특정 유권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선거구를 극대화했다"며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7번째 흑인 다수 선거구를 추가하지 않을 경우 흑인 유권자들이 형평성 있는 정치적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될지 충분히 살폈어야 한다"며 "(주 대법원은) 미국 헌법상의 평등보호조항을 선거구 재획정에 어떻게 적용할지 판단한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따르지 않고 분석을 수행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 판결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방법상 미국의 각 주는 10년마다 인구 총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선거구를 다시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선거구획정안은 향후 10년간 각종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스콘신주는 2020년 인구 총조사 결과가 나온 후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와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힘겨루기를 하며 새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기존 지도(선거구획정안)에 더 가까운 조정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후 의회와 주지사 측으로부터 각각 제안을 받아 4대3으로 주지사의 것을 선택했다.
그러자 공화당 측은 "인종을 염두에 두고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것은 투표권법 위반"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위헌 심사를 요청했고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공화당 측에서 함께 제출한 주 대법원 판결 무효 요청은 기각됐다.
이에 따라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선거구 조정안들을 재심의해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할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
연방대법원은 주 대법원에 "에버스 주지사의 조정안을 선호한다면 이 지도가 미국 투표권법을 준수한다는 주장과 정보를 더욱 면밀히 분석해 입증해 보이라"고 권고했다.
민주당 측은 연방대법원이 각 주의 게리맨더링 논란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아 왔다며 이번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같은 이유로 현재 보수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 내 진보 성향의 대법관 소니야 소토마요르와 엘레나 케이건은 "동료 대법관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AP통신은 "특정 주가 그린 선거구 재획정안을 연방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2020 인구 총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선거구 재획정과 관련한 게리맨더링 논란이 연방대법원까지 간 것은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앨라배마에 이어 위스콘신이 네 번째다.
위스콘신주의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은 오는 8월 9일 열리는 2022 중간선거 예비선거에서부터 사용되어야 한다.
에버스 주지사는 "새 선거구 지도가 기존 지도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라면 얼마든 할 수 있다"며 자신이 제안한 선거구 재획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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