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베 정권 때 정부 견해 따르도록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올해 일본 역사 교과서 검증 과정에서 자국 정부 견해에 따라 '종군 위안부'나 '강제연행' 등의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경우가 총 14건으로 2015년 이후 최다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29일 종료한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역사 교과서와 정치·경제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토대를 둔 기술이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확인된 것은 14차례에 달했다.
대부분이 '강제연행', 혹은 '연행' 등의 표현을 지적하는 것으로 검증 과정에서 모두 '동원'으로 수정했다. '일본군 위안부'는 '위안부'로 고쳐 쓰도록 했다.
2014년 아베 정권 때 개정된 일본 교과서 검정 기준에서는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검정 신청본이 정부 견해에 따른 기술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표현을 고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했다. 또 '강제연행', 혹은 '연행'도 맞지 않는 표현이라며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정부의 통일된 견해에 따라 수정한 사례가 올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2014년 교과서 검정 기준이 개정된 뒤 2015년 4건이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토대를 둔 기술이 돼 있지 않다'고 처음으로 지적당했다. 2016년에 1건, 2017년에 3건, 지난해는 1건이 각각 지적당해 내용을 수정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작년 4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연행 등에 관한) 각의 결정이 나온 것과 검정 신청 시기가 겹치면서 교과서 출판사들이 신청 전에 수정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어 최다가 됐다"고 분석했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도 나왔다.
20년 전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집필한 요시다 유타카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검정 결과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포함한 용어를 각의 결정에서 정부 견해대로 고쳐 쓰게 하면 집필자는 저항할 수 없고 검정제도는 유명무실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과서 회사가 정부의 뜻에 따라 검정 신청 전에 고쳐 쓰는 등 자율규제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눈을 돌리지 않고 듣기 편한 이야기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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