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대법관 부인 '대선 불복' 로비했던 정황 폭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연방대법관 중 31년차로 최장수인 클래런스 토머스(73) 대법관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부인 지니 토머스(65)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서서 긴밀히 소통했던 정황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토머스 대법관은 그간 대선 관련 재판을 회피하지 않은 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의견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법관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게 쟁점이다.
발단은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WP)와 CBS방송의 폭로 기사였다.
이들 매체는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의사당 폭동 사건을 조사 중인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입수했다는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 문자는 토머스 대법관 부인이자 정계 로비스트인 지니가 2020년 말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매도스와 29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것이다.
의사당 폭동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당일 조 바이든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상·하원 합동 회의를 저지하려고 연방의회에 난입했던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니는 2020년 11월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자 "마크, 트럼프 대통령 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튼튼하게 일어서도록 도와달라"면서 "바이든과 좌파가 역사상 최악의 강도짓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안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어 대선 불복에 동의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메도스 전 비서실장 측은 "문자 메시지 중 법적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씨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문자가 오고간 시점이 대선 직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며 대법원에서 진위를 가리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다.
부인이 소송 당사자와 수십차례 소통하며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와중에 남편인 대법관이 재판을 회피하지 않은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니는 지난 14일 보수 매체 인터뷰에서 "남편은 본인 일을 나와 상의하지 않고 나도 내 일에 남편을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에서 토머스 대법관은 일관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편드는 행보를 고수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대선 불복 소송을 기각할 때도 토머스 대법관은 정식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올해 1월에도 토머스 대법관은 대법원이 하원 특위의 백악관 문서 열람을 허용했을 때에도 '나홀로' 소수 의견을 냈다.
당시 9명 대법관 중 8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기밀유지특권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토머스 대법관만 트럼프 전 대통령 편을 들어 열람 금지에 찬성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토머스 대법관 사퇴 또는 탄핵 주장이 나온다. 다만 지도부는 조사를 더 해보자는 입장이다.
1987년 지니와 재혼한 그는 토머스 전 대법관은 1991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대법원 최선임인 그는 줄곧 미국 사회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안에 보수적 판결을 내리며 가장 보수적 법관으로 꼽혀왔다.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2020년 성소수자 고용 차별 금지 법제화 등 판결에서 보수층을 대변한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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