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제' 없이 자발적 수용…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와 대조
거주권 보장에 더해 10개항 난민 수용 지원 방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이 400만명에 육박하면서 2차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 사태가 벌어졌다.
유엔 난민기구(UNHCR)와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난민은 387만명(3월 28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11년째 내전을 겪으면서 13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보다 3배나 규모가 큰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에 직면한 EU는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EU 내무장관들은 지난 3일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EU 회원국으로 오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거주권 등을 보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빠르고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임시 보호 명령' 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가 가동되면 우크라이나 난민은 최장 3년간 EU 역내에서 거주 허가를 받게 되며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주거, 교육, 사회복지, 의료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28일(현지시간)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는 10개 항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EU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등록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난민에 대한 임시 보호를 제공하고 EU 회원국들이 수용 난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국가 간 이동을 돕기 위해 EU 차원의 교통·운송을 조정하고 숙박 시설 등 각국의 수용 능력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EU는 또 인신매매와 착취를 방지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미성년자 난민의 보호와 이송을 위한 특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각국에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쿼터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가는 지난 2015~2016년 시리아 난민 사태 당시 EU가 추진했던 난민 강제 할당 방식을 제안했으나 아직은 자발적인 수용이 이뤄지고 있어 당분간은 EU 차원의 쿼터제는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윌바 요한손 EU 내무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어떤 형태의 쿼터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직 자발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U 각료회의에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주변국도 의무적인 난민 배분을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인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U와 EU 회원국의 이 같은 태도는 시리아 난민 사태 당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EU가 당시 시리아 난민을 분산 수용하기 위해 회원국에 강제 할당 인원을 부과했으나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몰려든 폴란드 등 인접 국가는 EU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는 EU에 난민 1명당 첫 6개월간 1천 유로(약 135만 원)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구가 260만명에 불과한 몰도바는 38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였다. EU는 비회원국인 몰도바에 대해 긴급 재정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요한손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 주변국 지원을 위해 즉시 EU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21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된 폴란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전부터 폴란드는 150만명의 난민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로 들어온 난민 중 약 60만명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이동해 현재 150만명의 난민이 폴란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U는 폴란드로 난민이 계속 유입하자 이들을 적절하게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폴란드에서 독일로 넘어간 우크라이나 난민이 30만명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계속 증가하면서 유럽 자체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 대서양 너머 다른 대륙 국가에 대해서도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에 '항공다리'(air bridge)를 만들어 난민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배어복 장관은 "안전한 통로뿐 아니라 연대의 '항공 다리'가 필요하다. 대서양 건너의 모든 친구에게 우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이 8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며 이는 유럽의 '모든 국가'가 수십만 명씩 수용해야 하고 일부는 대서양 건너로 보내야 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에 가족이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입국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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