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엄격한 방역정책에 재계 인재 이탈" 인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질린 금융권 종사자들의 홍콩 엑소더스가 이어지면서 잔류자들은 파격 승진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헤드헌팅 회사 ESGI의 크리스틴 휴스턴은 "인재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임금을 올릴 기회로 활용한다"며 "통상 홍콩 금융권 인력은 이직할 때 약 15% 임금 인상을 기대하는데 현재는 최소 20∼30%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의 한 간부는 홍콩 탈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6월 이래 금융권에서 이직할 때 중간급 인력은 25∼35% 임금이 인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장의 변동성 탓에 은행 간 인력 이동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거래 수익이 회복되고 있어 이직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홍콩 당국이 외국인 금융권 종사자에 발급한 비자는 2천569건으로 2018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또 올해 들어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5차 확산 속 순 출국자는 14만여명으로 지난해 전체 순 출국자보다 거의 4배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많은 이들이 2년 넘게 이어지는 입국자의 격리 정책에 지친 상황에서 최근에는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자 더는 못 참겠다며 짐을 싸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외국인 부모들은 최근 홍콩이 병실 부족 속 코로나19에 걸린 자녀를 부모와 떼어놓은 채 입원 치료하는 것에 경악해 강제 검사가 진행되기 전 서둘러 홍콩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는 그간 중국과의 격리 없는 통행 재개가 최우선이라며 재계와 외국인 커뮤니티의 불만에 귀를 닫은 듯했으나 최근 들어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은 30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최근 몇달 간 인재와 재계 간부들이 홍콩을 떠났다는 것을 들었다. 그건 반박의 여지가 없는 팩트일 것"이라며 홍콩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람 장관은 전날 홍콩 주재 다른 나라 외교관, 재계 대표 130여명과 화상회의를 했다면서 "그들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했다"며 "코로나19와 싸우면서도 국제도시로서의 홍콩의 전통적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더 홍콩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 걱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일부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람 장관은 지난 28일에는 친중 정치인들과 기업인 등이 참여한 화상 회의에서 홍콩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국제사회의 '위드 코로나' 흐름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회의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홍콩은 중국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라며 국경 개방 확대를 위해 참석자들이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한편, 홍콩은 전날 신규 감염자가 7천596명 나오는 등 지난 26일 이래 나흘 연속 신규 감염자가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114만여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7천571명이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