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가격 인상에 수급 차질…업계 '시설 보수' 생산량 줄여
봄 성수기 맞아 건설현장 수요 급증…시멘트사 "생산 늘릴 것"
정부,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건설업계 "원자재 가격에 분양가 인상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 부족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봄 성수기를 맞아 공사 현장이 늘면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연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멘트사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공급 차질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골재 등 다른 건자재의 수급 차질도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 건설현장 시멘트 공급 차질…수요 늘었는데 생산량은 감소
30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시멘트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레미콘사에 따르면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원하는 시멘트 물량의 대략 10~30% 정도는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강원 등 주요 시멘트 공장에는 시멘트를 실어나르려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수십대가 줄을 늘어서는 등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봄철 성수기를 맞아 건설현장의 수요는 많은데 시멘트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유연탄 가격이 급등한데다 최근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 차질로 국내 시멘트사들의 생산이 어렵게됐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연탄 재고량이 한 달 치도 안되는 등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일부 감산에 나선 것이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생산에 사용하는 유연탄의 7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내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나 중국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유연탄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수급도 원활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호주 뉴캐슬탄 6천㎉ 기준으로 지난해 1월 t(톤)당 평균 103.0달러에서 지난 29일 272.3달러로 급등한 상태다. 이달 초에는 한때 t당 가격이 40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멘트사들은 '동절기 시설보수'의 형태로 시멘트 공장의 일부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통상 시멘트사들이 건설현장의 비수기인 12∼3월에 시설보수를 많이 하지만 최근의 유연탄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4∼5월에 할 것을 앞당겨서 진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유연탄 대신 사용할 폐합성수지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 또한 공급이 여의치 않다 보니 부득이하게 100%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봄철 성수기를 맞아 시멘트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시멘트 수요 전망치는 1천36만t인데 생산 규모는 998만t에 그치는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멘트 재고량은 72만t으로 일시적 재고 부족 현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시멘트 생산 확대한다지만 원자재 가격 '도미노' 상승…분양가 인상 우려
시멘트 업계는 이에 따라 급한 대로 수출용 일부를 내수용으로 돌리는 등 공급 부족 사태에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일단 4월 중으로 보수에 들어갔던 총 15개의 킬른(시멘트 소성로) 중 7개 킬른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멘트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또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용 제품 일부를 내수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삼표·쌍용C&E·한라 등 일부 업체는 이미 국내 부족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3월 수출량을 52% 축소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국내 시장 수요에 따라 수출 물량을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달 1일 시멘트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시멘트 및 레미콘 제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건설현장은 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으로 비상에 걸렸다. 건자재 가격 상승은 건설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사들은 이미 지난 2월 레미콘 등 고객사에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안해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레미콘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골재도 공급 부족현상을 겪으며 가격이 뛰고 있다. 삼표산업의 경우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져 해당 사업장에서 골채 채취가 중단된 상태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 대금 20% 인상을 요구하며 최근 한차례 파업을 한 데 이어 2차 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자재 가격 인상은 결국 아파트 등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