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대법원장 등 2명…영 외무 "홍콩 상황 임계점 도달…압제 정당화 위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영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문제 삼으며 홍콩 대법원인 최종심 법원에서 자국 법관들을 영구 철수하기로 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로버트 리드 대법원장 등 영국 대법원 판사 2명이 홍콩 최종심 법원에서 맡아왔던 비상임 판사직을 즉각 그만두기로 했다.
리즈 트루스 영국 외무장관은 "홍콩 상황이 임계점에 이르러 영국 법관들이 홍콩 최종심 법원에서 더는 직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유지할 경우) 압제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홍콩에서 자유와 민주의 조직적 약화를 목격해왔다"면서 "(홍콩 정부가 홍콩보안법 시행 후)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트루스 장관은 영국 대법원 및 영국 관계부처 장관들과 협의 후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리드 대법원장은 "영국 대법원 판사들이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 가치를 어기는 (홍콩) 행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서는 홍콩에서 직을 계속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말로 이번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후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한동안 고도의 자치를 누렸다.
하지만 2019년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중국 주도로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자유 억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고, 법 시행 1년 만에 범민주진영 인사 100여명이 이 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60여명이 기소됐다.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따라 홍콩 최종심 법원에는 현재 12명가량의 외국인 비상임 판사직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8명은 영국 법관이다. AFP는 대법원 소속 외 다른 영국 판사들도 즉각 사임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영국의 이번 결정 이후 호주나 캐나다 등 다른 영연방 국가들이 비슷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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