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감금·대행료 연체'…상의, 베트남 특별입국 감사 착수

입력 2022-03-31 07:31   수정 2022-03-31 10:52

'9시간 감금·대행료 연체'…상의, 베트남 특별입국 감사 착수
우태희 부회장 "비위 확인되면 현지 사무소 폐쇄 검토"
'입국자 버스 감금' 책임 회피 논란에 격리 호텔 선정도 '잡음'
주요 대기업 위주로 현지서 모임 구성…"위화감 조성" 비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베트남 특별입국과 관련해 대행료 연체 등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31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서울 본부는 베트남 특별입국과 연관된 문제들과 관련해 감사 절차를 진행중이다.
대한상의 우태희 부회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내부에 감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일 잘못이 확인되면 베트남 현지 사무소 폐쇄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재작년 3월 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외국인 입국을 원천 차단하자 지금까지 기업인 4천여명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을 진행했다.
베트남 특별입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대한상의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프로젝트다.
대한상의는 지금까지 T여행사와 베트남의 SHV 등 두 곳의 대행사를 두고 특별입국을 주관해왔다.
이런 가운데 T여행사가 한국 내 대행 업무를 맡는 순번이 돼서 진행한 특별입국과 관련해 SHV측에 보내야할 수억원대의 대행료가 연체됐다.
현재까지 연체된 금액은 부가세 10%를 포함하면 총 63만달러(7억6천만원)에 달한다.
SHV는 호텔신라 계열의 여행사인 SBTM이 지난 2015년 베트남 현지에 설립한 소규모 현지 사업 법인이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경영진에 전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강일 SBTM 대표는 "상의측 담당 상무 주재로 회의를 했지만 갈수록 상대방 여행사의 지불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면서 "소규모 여행업체 입장에서 대행료 연체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상의 본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베트남 특별입국 뿐 아니라 현지 사무소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상의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피해를 본 대행사는 삼성 계열이기는 하지만 자본금 6억원의 영세업체다. 수수료 기준 매출이 10억원 안팎에 직원 수는 13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동안 대·중소기업 상생을 표방해온 경제단체로서의 위상과 이미지 훼손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회장사인 SK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의의 한 임원은 "베트남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도 이번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특별입국과 관련해 베트남 현지에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에 특별 입국한 한국인들이 주관사인 대한상의의 허가증 미비로 인해 현지 공안의 단속에 걸려 9시간 동안 차량 안에 갇혔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상의 특별입국 담당자들은 당시 사고와 관련해 내부 경영진 보고를 미뤘다.
또 경영진을 비롯해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에게도 이동 지연이 준비 소홀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특별입국 격리 호텔 선정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대한상의는 특별입국을 진행중이던 지난 2021년 상반기에 투숙객 수용능력이 떨어지는 노보텔을 격리호텔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주 격리 호텔인 꽝닌성 FLC 리조트의 경우 총 객실이 649개에 달하지만 노보텔의 경우 객실 규모가 225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보텔을 이용할 경우 수용 인원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을 입국시켜야 하는 특별입국의 당초 취지에는 어긋난다.
하지만 상의측은 '식사 및 서비스 품질 제고'를 이유로 결국 노보텔을 격리 호텔로 지정했고 이로 인해 제때 베트남에 입국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베트남 한인사회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상의 현지 사무소는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K-FDI 주재원 과정'을 지난 2019년부터 개설해 운영하면서 중소기업과 토착 한인기업들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대한상의 소속 17만개 회원사 중 98%는 중소기업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회원들을 불러 단체 골프 모임도 주관해왔다.
특히 올해 1월 8월에는 수도 하노이에서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골프장에서 회원들이 단체로 골프를 즐겼다.
이 행사에는 민간 대기업을 비롯해 공기업, 금융기관 및 은행 소속 주재원 1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베트남 한인단체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이미 지난해말부터 골프 행사나 단체 모임을 극도로 자제하는 상황이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박노완 대사는 "해당 모임은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켜서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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