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핵태세검토보고서 일부 공개…한국 포함 핵우산 강화 전망
"근본역할은 핵공격 억지…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 고려"
핵무기 사용 전략적 모호성 유지…핵 선제공격 가능성도 열어둬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적대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한 보복적 수단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이른바 '핵 단일 목적 사용'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는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등의 안보 위협을 고려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의회에 제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2022 핵태세 보고서는 미국의 핵 전략에 대한 균형잡힌 접근을 보여준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핵 억제력을 유지하고,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확장 억지 정책에 대한 약속을 유지하는 것은 국방부와 국가의 최고 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 보고서는 핵 무기의 역할을 줄이고 군비 통제에서 우리의 리더십을 재구축하는 것에 대한 약속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전략적 안전성을 계속 강화하고 군비 경쟁을 피하며 군비 통제 및 위험 감소를 용이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특히 "핵 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동반자에 대한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라고 밝혀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적대국의 핵 억지수단으로 사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과 동맹 및 동반자의 핵심적 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극단적 환경에서만 핵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방부는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극단적 환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그간 핵무기의 선제 공격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해온 핵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 미국의 핵무기를 핵 공격 억지 수단으로활용하고 다만 필요하다면 적대국의 핵공격에 대한 반격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핵 단일 목적 선언'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되면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럽의 비롯해 미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핵위협을 거론하며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핵정책 변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핵 태세 보고서에 '핵 단일목적 선언'이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 큰 관심이 쏠렸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의 우려를 비롯해 가중하는 안보 불안 등을 고려해 일부 '극단적 환경'에서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즉 생화학 무기나 재래식 무기는 물론이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상대 등에도 이례적으로 심각한 상황인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놓음으로써 본토 및 동맹 방어에 대한 안전막을 높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당장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통상적으로 한 행정부에서 한 번의 핵태세 보고서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단일목적 선언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핵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데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 정황이 포착되고,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이 핵능력을 계속 확장하는 등의 안보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선제 불사용' 및 '단일 목적' 선언을 둘러싼 동맹국의 우려와 반발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동맹국들은 미국이 핵무기의 단일 목적 사용 정책을 도입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러시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고, 한국과 일본 역시 미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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