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국방부·국무부·정보당국 일제히 "러 참모들, 푸틴에 진실 말 안 해"
"정보 공개로 푸틴 계산 복잡해질 것"…참모 교체·자중지란 노림수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황(戰況)과 관련해 주변 참모들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보 판단 내용을 미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오도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것이푸틴과 러시아군 지휘부 간 지속적인 긴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푸틴의 참모들이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는지,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푸틴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에 나섰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의 발표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이래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자국 병력을 크게 잃었으며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손실까지 커지고 있지만, 참모들로부터 정확한 보고를 못 받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베딩필드 국장은 러시아의 전쟁이 '전략적 실수'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정보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침공 과정 전반에 걸쳐 매 순간 자국군으로부터 완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커비 대변인은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받는 정보나 대화에 미국이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내용의 보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푸틴은 러시아군이우크라이나에 (정예군이 아닌) 징집병을 보내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흐름에 분명히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알제리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관련 질문에 "독재 정권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권력에 진실을 말할 사람이 그런 체제에선 없다는 것"이라며 "그것을 러시아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정보당국 등 미국 각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정보 판단 내용을 일제히 쏟아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소식통은 해당 정보 공개에 따라 푸틴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잠재적으로 유용하다. 그것은 푸틴이 신뢰하는 사람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정보 공개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현재 상황에 대해 직언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는 참모들에 대한 교체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에게 내부 불신을 심어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미국의 고도의 전술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판단에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럽 외교관은 미국의 평가는 유럽의 생각과 일치한다면서 "푸틴은 상황이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스맨'으로 둘러싸이거나 아주 긴 테이블의 끝에서 그들과 앉아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베딩필드 국장은 브리핑에서 대(對)러시아 제재를 확대하기 위한 옵션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제재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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