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T연구개발서 주총…지주형 전환, 자회사 IPO 등 언급
SEC 과징금·통신 재난 등 '악재'에 주주들 날선 질문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3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030200]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인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에 진땀을 흘렸다.
주주들은 지난달 KT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거액의 과징금과 추징금을 부과받은 점을 지적하며 회사 측의 대책을 추궁했다.
이는 KT 임직원들이 국회의원에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근거로 KT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고 SEC가 공식 판단을 내린 것 때문이다. KT는 SEC와의 합의를 통해 350만 달러(약 42억3천800만원)의 과징금과 280만 달러(약 33억9천만원)의 추징금을 내기로 했다. KT는 1999년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SEC의 감독을 받고 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미국 SEC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는지와 향후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며, 구 대표는 "주주들의 심려를 끼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구 대표는 "2009년부터 상품권 구매 등 제 3자 지급건에 대한 내부 회계 관리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아 회계 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에 대해 당사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SEC 조사에 합의했다"며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제재가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또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회사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출은 검증을 받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이런 일들이 다시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저 역시 회사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KT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주주는 "통신 대란 났을 때 현장에서 이를 막느라 죽는 줄 알았고, 지금도 인터넷 해지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SEC에 과징금까지 내야하는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른 구현모 대표는 KT 정상화를 위해 사퇴해줄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구 대표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거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 또한 KT에 입사해 30년 넘게 일하고 있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주주들의 고함이 잇따르면서 발언이나 진행이 멈추기도 했다.
이날 오전 주총장 앞에서 KT새노조와 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SEC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과 추징금, 지난해 10월 일어난 통신 재난 등에 관해 이사회의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구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언급했다.
그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있다"며 "지주형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그렇게 된다면 KT 주가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등 자회사의 IPO(기업공개)를 계획 중이며, 케이뱅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IPO를 준비 중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이날 주총에서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4조8천980억원, 영업이익 1조6천718억원의 재무제표를 승인했다.
배당금은 전년 대비 41.5% 증가한 주당 1천910원으로 확정됐으며 이는 4월 27일부터 지급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목적사업에는 '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및 부수 업무'가 추가됐다. KT는 통신과 금융 데이터 등을 융합해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윤경림 사장이 사내이사로,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과 벤자민 홍 라이나생명 이사회 의장, 김용헌 세종대 석좌교수 등 3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구현모 대표와 함께 2명의 각자대표 중 한 명이던 박종욱안전보건 업무 총괄(CSO)은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 직전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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