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러시아 연결로 확보 가능
젤렌스키, 사수 의지 밝혀…"영토 1m를 위해서라도 싸울 것"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력을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에 집중하기로 한 데에는 여러 노림수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달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돈바스 '해방 작전' 완수를 위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북부에 배치한 러시아군을 재편성해 돈바스 공략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에 대해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직접 연결돼 있고 러시아군이 여러 곳에서 전황상 진전을 봤기에 보급선이 우크라이나군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인근지역에선 보급선이 끊기는 등 병참에 큰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와 남부지역 양쪽에서 포위망을 좁히는 협공을 함으로써 돈바스 지역에 집중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에 집중 공격을 퍼부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러시아군과의 전투를 위해 돈바스에 전체 군대의 3분의 1 이상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손에 넣는다면 이미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돈바스, 러시아를 잇는 육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러시아가 전쟁 발발 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점령하는 데 혈안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러시아가 크림반도∼마리우폴∼돈바스로 이어지는 남동부 지역을 점령하더라도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이 보인 거센 저항을 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쟁을 끌수록 결국 유리한 쪽은 병력과 물자가 우세한 러시아인 까닭에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석탄과 희소광물 등 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단을 원하는 서방의 압력으로 크림반도∼돈바스로 이어지는 지역을 러시아군에 넘겨준 채 휴전에 들어가면 우크라이나가 분단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바스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 중부 대다수 지역은 향후 있을지 모를 러시아군 공격에 취약하게 될 수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군사 전문가 프레더릭 케이건은 "허울뿐인 협정을 조건으로 러시아의 돈바스 지역 지배를 허용하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동부 지역에서 추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영토 1m를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세력도 동부 산업 지역을 점령한 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각각 선포했다.
돈바스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이를 제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나뉜 상태로 최근 8년간 교전이 이어졌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국토의 9%를 차지한다.
정확한 인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 각각 230만 명과 15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1일 러시아는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했으며, 사흘 뒤인 24일 이 지역 주민에 대한 대량학살 등을 막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구실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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