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독 등 양보 압박할까 우려…푸틴에 출구 줘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서방 일각에선 너무 성급하게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 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칫,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층이 전쟁 책임을 모면할 출구를 열어줄 수 있고, 대러 전선에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러시아에 상당한 양보를 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을 영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영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동맹국 중 일부는 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 협상을 타결하기를 지나치게 간절히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회담이 이뤄지기 전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가능한 가장 강력한 위치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히 협상을 타결하려다간 러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영토를 양보하는 건 물론 대러제재와 러시아 고위층의 전쟁범죄 처벌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영국 정부 각료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해 이번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쉽게 '출구'를 열어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당신을 지치게 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회담을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 측이 평화회담을 병력 재편성 등을 위한 위장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약 4시간 동안 5차 협상을 진행하고 일부 진전을 끌어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토 문제와 관련해선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영유권과 관련해 앞으로 15년간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가 이미 러시아의 영토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1일 양측이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협상이 쉽게 타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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