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이어 높아지는 대외 파고…불확실성 커지는 경제

입력 2022-04-02 05:30   수정 2022-04-02 09:11

우크라 사태 이어 높아지는 대외 파고…불확실성 커지는 경제
中 코로나 확산·美 금리 인상 가속·엔저 등 동시다발 리스크
"정권 교체기 '퍼펙트 스톰' 경계해야…위기관리 중요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세 가지 리스크(위험 요인)가 모두 실현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직을 사임하고 지난달 30일 귀국하면서 한 말이다.
세 가지 리스크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 IMF가 꼽은 세계 경제의 하방 요인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의 '경제·물류 허브'인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일본 엔화 약세 등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까지 겹친 우리나라로서는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정교한 경제 운용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 우크라 사태로 흔들린 공급망에 중국까지…커지는 경고음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 경제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산업생산이 지난 2월에 전달보다 0.2% 줄어드는 등 두 달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의 국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유를 중심으로 수입 가격이 급등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3월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달갑지 않은 결과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도 부담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상하이시 봉쇄는 국제 공급망 차질과 물류 혼란을 가중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정한 가운데 중국이 봉쇄 위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 성장률을 최소 0.6%포인트 깎아 먹을 수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면 중국 경제에 지장을 주고 공급망 회복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국제공급망압력지수(GSCPI)를 보면 지난해 12월 4.50으로 치솟은 뒤 올해 2월 3.31로 다소 낮아졌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1을 밑돈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국제공급망 교란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보다 커질수록 공급망 상황이 악화한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해 중국이 국제공급망의 변수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들어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에 대한 한국의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KIEP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야기되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충격 등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엔화 약세에 미 금리 정상화 속도도 변수…"정권 교체기 위기관리 중요"
한국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 체감경기 지수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가 주요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2분기 수출이 뒷걸음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엔화 약세는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에서 경계 대상이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우리나라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동경(도쿄)사무소는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 엔화 약세 요인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엔저 현상은 유지될 것이라는 현지의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큰 변수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오는 5월에는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가 지표 가운데 하나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작년 동월 대비)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6.4% 뛰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신흥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IMF의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를 억제하고 국내 물가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힐 경우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31일 이임사에서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 안정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된다"고 말한 것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3.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런 전망이 유효할지 불투명하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똑같이 낮췄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 전망치보다 높아지고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여러 대외 위험 요인으로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이 닥칠 수 있다"며 "정권 교체기에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위기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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