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전 대통령 생전에 링컨 승인받고 이름 붙인 유일한 대학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자취가 남은 땅에 링컨 이름을 처음 내걸고 설립된 대학이 개교 15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지역매체와 경제전문 포브스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중부 소도시 링컨에 소재한 기독교 계열의 사립대학 '링컨 칼리지'가 다음달 13일 영구히 문을 닫는다.
이 대학은 2019년 학생 등록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고, 대학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표결을 통해 폐교 결정을 내렸다.
링컨 칼리지가 소재한 링컨 시(市)는 1853년 당시 일리노이주 변호사로 활동하며 도시 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링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곳이다. 일리노이주에는 '링컨의 땅'이란 별칭이 붙어 있고, 일리노이주 링컨시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링컨의 이름을 따 도시명을 정한 곳이며 링컨이 대통령에 오르기 전에 링컨 이름을 붙인 유일한 도시라는 점을 자랑으로 앞세운다.
이곳에 1865년 문을 연 링컨 칼리지는 애초 2년제였다가 1929년 4년제로 개편됐다. 학교 측은 링컨 전 대통령 생존 당시 그와 직접 논의를 거쳐 이름을 정한 유일한 대학이라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 대학은 교내 박물관에 링컨 전 대통령 관련 문건과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일반에 공개해왔다.
현재 링컨 칼리지 재학생은 약 1천 명. 링컨시 외에 인근 노멀시에 분교를 두고 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생모집과 기금모금, 각종 스포츠 행사, 캠퍼스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고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폐교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링컨 칼리지는 2019년 학생 등록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숙사 수용률이 한계에 달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팬데믹이 닥치며 등록 학생 수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2021년 12월 발생한 사이버 공격이 치명타가 됐다.
대학 측은 "입학사정 업무가 중단되고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면서 2022년 가을에 시작될 새 학사연도를 구상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신입생 모집·학교 운영·기금 마련 등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자산매각·인력 구조조정·비용절감·기금모금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회생 기회를 찾지 못했다.
데이비드 걸락 총장은 "링컨 칼리지는 지난 157년간 전세계에서 온 역량있는 학생들을 품어 길렀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고 있지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훌륭한 동문들을 길러냈다는 사실에 위로 받는다"고 말했다.
대학 교직원은 다음달 13일부로 해고된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학업 및 편입 등에 관한 지원은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만 제공되며 학생 기록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제3의 기관에 이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학생들은 1일 캠퍼스에 모여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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