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행 전용기서 취재진에 밝혀…비행기 탈 땐 엘리베이터 사용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종교계의 방문 요청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그렇다. 그것(방문)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황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앞서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지난달 8일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초청 의사를 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대표하는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와 안드리 유라쉬 교황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침공 우려가 고조되던 2월 중순 교황의 방문을 요청했다.
교황은 지난달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종전을 위한 교황청 차원의 중재 노력을 강조했으며,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도 교황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지난달 13일 주일 삼종기도 메시지에서 "도시 전체가 묘지로 변하기 전에 용납할 수 없는 무력 침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초청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기면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교황이 방문 의사를 피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천189명, 부상자는 1천901명에 이른다.
외국으로 탈출한 피란민은 400만명을 넘겼고, 남부 도시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민간인들은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물론 식수·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편 교황은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몰타를 방문한다. 교황은 당초 2020년 5월 몰타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교황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내릴 때 걸어서 올라가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외 순방 비행기에 걸어서 탑승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교황청 관계자는 "불필요한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좌골신경통을 앓고 있으며, 이날 기내에서 통로 이동 시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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