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주담대 0.45%p·전세대출 0.55%p↓, 하나·카뱅도 0.2∼0.5%p↓
"대출자 부담완화·대출 적정 성장 위해"…대출 문턱 계속 낮춰
예대마진 '2년8개월래 최대'…예대금리차 공시 대통령 당선자 공약도 부담된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오주현 기자 = 최근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금융채·코픽스) 등이 너무 빨리 오르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스로 가산금리 등을 낮추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다음주부터 주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이례적으로 0.5%포인트(p) 안팎이나 크게 끌어내릴 예정이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주식 시장 부진 등에 지난달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뒷걸음치면서, 각 은행 재량의 금리를 낮춰 대출 수요를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도 이자 부담에 따른 잠재적 부실이 커진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 KB, 5월1일까지 주담대 0.15∼0.45%p, 전세대출 0.25∼0.55%p 낮추기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당초 지난달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추면서 이달 6일까지 한시적으로 내린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었는데, 다시 올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하향 조정한다는 얘기다.
이번 조정으로 KB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0.45%포인트, 변동금리 상품은 0.15%포인트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아파트 담보·신용점수 1등급·대출기간 5년이상) 고정금리는 현재 4.01∼5.51%에서 3.56∼5.06%로, 변동금리는 3.56∼5.06%에서 3.41∼4.91%로 떨어진다.
전세자금대출 인하 폭은 더 크다.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상품의 금리는 0.5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의 금리는 0.25%포인트 내린다.
이에 따라 두 전세자금대출(신용점수 3등급·대출기간 2년이상) 상품의 금리는 현재 각 3.72∼4.92%, 3.61∼4.81%에서 3.17∼4.37%, 3.36∼4.56%로 조정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과 전세 관련 자금 실수요자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고 은행 가계대출의 적정한 성장 관리를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주력 신용대출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지난달 24일 중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각 0.5%포인트, 0.2%포인트 인하했다.
◇ 주담대 고정금리 올해 석달새 1.09%p↑…채권금리 급등 영향
시중은행의 이런 자발적 금리 인하 움직임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압박 등에 따라 시중은행은 오히려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오히려 더 올렸는데, 대출 태도가 뚜렷하게 바뀐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50∼5.236% 수준이다. 작년 말(3.710∼5.070%)과 비교해 올해 들어 3개월 사이 상단이 0.166%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따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수신(예금)금리와 시장금리 상승 등에 따라 같은 기간 1.55%(신규코픽스 기준)에서 1.70%로 0.15%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600∼4.978%에서 4.010∼6.070%로 더 크게 뛰었다. 최저 금리가 0.410%포인트, 최고 금리는 무려 1.092%포인트나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181%로 0.922%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되며 빠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426∼4.86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보다 하단은 오히려 0.074%포인트 떨어졌지만, 상단이 0.140%포인트 높아졌다.
[표]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코픽스·은행채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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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 31일│2022년 4월 1일 │하단,상단 변동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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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3.710∼5.070%│연 3.550∼5.236%│-0.160%p, +0.166%p│
│변동금리(신규 │││ │
│코픽스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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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3.600∼4.978%│연 4.010∼6.070%│+0.410%p, +1.092%p│
│고정금리(은행 │││ │
│채 5년물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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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연 3.500∼4.720%│연 3.426∼4.860%│-0.074%p, +0.140%p│
│1등급·1년) │││ │
├───────┼────────┼────────┼───────────┤
│신규 코픽스 │1.55% │1.70% │+0.150%p │
├───────┼────────┼────────┼───────────┤
│은행채 5년물(A│2.259% │3.181% │+0.922%p │
│AA·무보증) │││ │
├───────┼────────┼────────┼───────────┤
│은행채 1년물(A│1.731% │2.238% │+0.507%p │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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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은행,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 하나, 빌라·다세대 비대면 주담대 허용 예정…신용대출 한도상향도 검토
은행들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한도 증액, 판매 중단 상품 재취급 등을 통해서도 대출 문을 계속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현재 아파트로 제한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연립빌라, 다세대 등을 포함한 '전국 모든 주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이달 중 한도 상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천만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는데, 일반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도 곧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현재 5천만원에서 각 2억5천만원, 8천만∼3억원까지 늘린다.
◇ 은행 대출완화, 가계부채 새 뇌관?…이창용 "가계대출 큰 부담, 해결해야"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무엇보다 이익 등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 자산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천937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천436억원 줄었다. 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로, 은행권 전체로는 작년 12월 이래 4개월째 뒷걸음쳤을 가능성이 커졌다.
커진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가 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예대마진(2.27%포인트)은 2019년 6월(2.28%포인트)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예대금리 공시 등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의식해 각 은행이 예대마진을 미리 줄이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 바뀐 은행의 대출 태도가 금융소비자로서는 나쁠 게 없지만, 가계대출 급증세를 겨우 진정시킨 한은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위험 요소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첫 출근길에서 "가계대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 총재가 되면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다시 보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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