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아프간 난민도 밀렸는데…" 우크라인 미국행 깜깜이

입력 2022-04-03 16:57  

[우크라 침공] "아프간 난민도 밀렸는데…" 우크라인 미국행 깜깜이
WSJ "아프간인 1만6천여명 심사 대기중…우크라 난민 기준도 미정"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 난민 10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앞서 지난해부터 난민 수속을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인이 수천 명에 달해 우크라인 입국이 언제 가능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침공을 피해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 10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많은 사람이 난민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 정부는 아직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법적 기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WSJ은 미국 난민 정착 단체들이 지난해 도착한 수천 명의 아프간인으로 인해 이미 너무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프간 난민 정착이 장기간 지연되는 현 상황은 향후 우크라이나 난민이 겪을 일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8월 아프간 내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기업과 비영리단체, 언론사 등에서 일한 아프간인들을 위한 '우선 난민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나 이후 8개월간 심사 지연 등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국제난민지원프로젝트의 수닐 바르헤세 정책국장은 "서류상으로 프로그램이 있고 명목상 절차 같은 게 있다"며 "하지만 이것을 확실하게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선 난민 프로그램' 신청자들의 처지는 지난해 카불 공항 혼란 속에 미 군용기 등을 타고 들어와 '인도주의적 임시 입국 허가' 지위를 얻은 7만5천여명의 아프간인들과는 크게 대비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난민 정착에는 12∼18개월 또는 그 이상이 소요된다며 정부는 현재 그 같은 일정 내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민 단체들은 처리 속도를 높이고 밀린 일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2∼3년이 걸린다며 정부가 제시한 일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난민 정착 절차는 신청자가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 등 제3국에 도착했다는 것을 미국에 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이런 난민이 파키스탄에 수천 명이 있고 알바니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등에도 다수가 임시 수용돼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국무부는 전 세계에서 아프간인 1만6천여 명이 '우선 난민 프로그램'에 신청했다면서 처리 절차를 서두르고 있고 신청자 인터뷰를 위해 직원을 알바니아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아프간 난민 수백 명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인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엘피다 홈은 아프간인 대부분이 난민 신청이 처리돼 미국에 입국하는 데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다른 정착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격 심사를 위한 인터뷰를 해야 한다.
난민 정착 전문가들은 난민 심사의 경우 우크라이나 난민은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폴란드에 가장 많기 때문에 아프간인들보다 쉽고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폭 축소한 난민 수용 프로그램은 직원과 기반시설 등에서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프간 난민 절차 지연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대인 정착지원 기관 'HIAS'의 마크 헷필드 대표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인들에게 한 것과는 다른 길을 택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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