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군, 대규모 전쟁 치를 역량 갖추지 못했다"

입력 2022-04-03 23:06   수정 2022-04-03 23:51

[우크라 침공] "러군, 대규모 전쟁 치를 역량 갖추지 못했다"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혼란을 겪은 것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부대들이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일관된 지휘, 보급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잭 월팅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지상전 담당 선임연구원이 평가했다.
월팅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군은 2008년 이후 일련의 개혁을 통해 전체 병력 규모 약 100만 명에 징집병의 비중은 35%에 불과한 구조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옛소련 시절에는 300만 명이 넘는 병력 가운데 대부분이 징집병이고 경험 있는 부사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높은 직업군인 비중은 부대마다 각기 다른 군 문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러시아군이 이번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참여했던 전쟁은 기본적으로 중대들로 이뤄진 그룹의 수준에서 수행됐다. 체첸 전쟁에 투입됐던 연방보안국(FSB) 부대와 정찰총국(GU), 특수전사령부(KSO) 등은 더욱 소규모로 활동했다.
러시아는 11개 시간대에 걸쳐 있을 정도로 매우 광대한 나라여서 부대의 활동 지역에 따라 경험치도 제각각이다. 서부 군관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대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에 동부 군관구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국경을 경비하는 것이 주 임무다.


4개 군관구가 처한 현실과 이들이 직면한 위협이 각각 다르다 보니 보급되는 군사 장비도 각각 다른데 동부 군관구는 대개 차량과 장비 개선이 가장 늦게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준비하면서 러시아는 모든 군관구에서 병력을 끌어모았으나 이들은 함께 작전을 펼쳐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장비의 범위나 연식도 제각각이었다.
여기에다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루간스크) 지역에서 모집한 신병들이나 국가경비대 병력, 사설 군사 업체 와그너 그룹의 용병들을 전쟁에 투입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군대의 이질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런 다양한 군대를 배치하는 데는 서로 다른 장비와 경험, 문화 훈련 수준을 지닌 단위부대들을 어떻게 상호 작용토록 하고 서로의 미비점을 보완토록 할 것인지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군 단위부대들은 단편적인 문제들에 집착하고 같은 도로를 쓰면서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나 전투 장소의 할당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모습이다.
각 단위부대는 진행 방향에 따라 다른 표식을 받았지만 많은 대열이 서로 엉켜버렸고 이는 아군 간 오인사격과 혼란을 야기했으며 사기를 떨어트렸다.
월팅 연구원은 많은 측면에서 러시아 군대는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려는 정치적 열망과 작은 규모의 전쟁밖에 치러보지 못한 병사들의 경험치 사이에서 붙잡힌 격이 되고 말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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