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날아든 포탄 파편에 영영 시력을 잃을 뻔한 우크라이나의 세 모자가 폴란드 의사 덕분에 시력을 되찾고 있다고 B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살던 올레나 셀리취아노바 씨는 자신의 집 부엌 창밖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보고 5살배기 쌍둥이 두 아들을 품에 안은 채 무릎을 꿇고 엎드렸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잔햇더미에 깔렸다.
이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셋 모두 미세한 유리 파편이 얼굴과 눈에 박혀 시각을 상실,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엄마 셀리취아노바 씨는 심한 얼굴 화상에 다리마저 부러진 상태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안과를 거쳐 유럽 최대 안과병원으로 꼽히는 폴란드 루블린 의대 로베르트 레이다크 교수에게 보내졌다.
레이다크 교수는 환자들이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시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긴급 이송을 권했지만, 이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서쪽 국경을 넘어 폴란드에 오기까지는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레이다크 교수는 "엄마는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여서 양쪽 눈 백내장 수술을 해야 했다"며 "눈 안쪽에 유리 파편이 박혀 수술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어서 셀리취아노바 씨는 이틀 뒤 시력을 거의 완전히 회복했다.
하지만 안구 외상이 심한 쌍둥이들은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한 명은 한쪽 눈을 잃고 말았다. 망막 수술을 받은 쌍둥이들은 추가로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
레이다크 교수는 이들이 며칠 만 늦었더라도 시력을 완전히 잃었을 것이라며 이들이 시력을 되찾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 외에도 레이다크 교수의 도움을 받는 이들은 많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동료 의사들의 화상 상담에 응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긴급 이송을 권하거나 환자 수송이 여의치 않을 경우 르비우 등 현지 의사들이 수술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거주지 인근 학교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셀리취아노바 씨는 치료를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아니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 모두가 친절해 이곳에 남고 싶다"며 "집도 부서졌고, 거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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