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 측근' 러 정교회 수장 "우린 남 해치려 하지 않아"

입력 2022-04-04 10:45  

[우크라 침공] '푸틴 측근' 러 정교회 수장 "우린 남 해치려 하지 않아"
군인들 상대로 우크라 침공 두둔하며 애국심 강조
"러시아는 평화 사랑…러시아인만 러시아 지킬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 정교회를 이끄는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는 남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며 나라를 지켜달라고 자국 군인들을 독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도시 쿠빈카에 2년 전 들어선 화려한 장식의 군 대성당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러시아는 예로부터 전쟁으로 고통을 겪어왔다"며 군인들에게 '조국 방어'를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그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에서 "우리는 절대로 전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남을 해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통해 조국을 사랑하도록 자라왔다"며 "우리는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할 것이고, 러시아인만이 러시아를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부르지 않고 나치 세력을 제거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을 해방하려는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칭한다.
키릴 총대주교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며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달 6일 그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의 성 소수자 권익 지지가 죄악이라며 "서방의 성 소수자 행진이 이번 전쟁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키릴 총대주교와 상반된 입장을 보여와 두 기독교 종파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미사에서 "벌 받을 이 전쟁에서 계속 폭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비극을 생각해달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종식되도록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지난 2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갈등을 일으키고 조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 대통령을 향한 강력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약 1억 명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한다. 동방 정교회는 가톨릭과 함께 기독교에서 가장 오래된 종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방 정교회 성당이 러시아 정교회 탈퇴를 선언하는 등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 280명도 공개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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