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량주가 수백만달러일리 없어…최악의 상황도 끝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투자자들이 러시아 주식을 손절매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헤지펀드가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데이비드 애머리언 씨가 운영하는 아르메니아 소재 헤지펀드 '발추크 캐피털'은 최근 러시아 에너지주(株), 은행주, 유통주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가 매입한 종목엔 최근 서방 세계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서방 세계 기업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된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 등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부터 러시아 주식을 매입한 결과 발추크의 운용자산 2억5천만달러(약 3천43억원) 중 러시아 주식 비중은 침공 전 30∼35%에서 현재 55%가량으로 확대됐다.
저가 매수 투자자들은 남들이 팔 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투자 방식은 미국 증시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지만, 러시아의 상황은 다르다고 WSJ은 지적했다.
러시아의 금융 인프라가 서방 세계와 단절됐고, 러시아 증권거래소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각이 금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뱅가드그룹이나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같은 세계적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다 잃기 전 러시아 시장을 빠져나오길 바라고 있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애머리언 씨가 러시아 증시를 고집하는 이유는 러시아 증시의 우량주가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와 최대 은행의 가치가 수백만달러일리는 없다"며 "아무리 최악의 상황도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고객들로부터 상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도 전했다.
애머리언 씨는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다른 이들이 러시아 주식을 기피할 때 이들 주식을 사들여 크게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러시아 증시가 회복하길 기다리면서 미국과 유럽의 기술주를 눈여겨보고 있고, 중국 증시에서도 저가 매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6∼12개월 러시아 상황이 힘들겠지만, 가격이 적당하다면 러시아 주식을 추가로 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러시아의 혼란한 시장 상황을 틈타 부실채권 투자자들이 러시아 채권을 사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실 채권 투자자들은 부실 자산을 저가로 사들여 해당 자산 가격이 회복했을 때 되팔아 거액의 이익을 챙기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러시아 채권 대부분은 아직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이 아니어서 지금과 같이 가격이 폭락한 상황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예컨대 내년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한 러시아 국채는 현재 액면가의 48%에 팔렸다. 이 국채를 18개월만 들고 있으면 최소 108%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부실채권 투자의 논리는 간단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네덜란드에서 발행된 루크오일 회사채 사례를 들어보면 이 회사채는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영국 법이 적용된다.
루크오일이 채무불이행(디폴트)할 경우 채권 보유자는 국제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론적으론 러시아 외 지역에서 이 회사의 운영권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 투자가 옳든 그르든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기를 꺼리는 주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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