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보다 지지율 올라…구체적 정책 성과 미흡 지적도
7월 참의원 선거 결과가 장기집권 판가름할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코로나19 대책을 비롯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50%를 웃도는 견조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로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집권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면 장기 집권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코로나 대책 등 잦은 정책 변경…리더십에 의문
기시다 총리는 작년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같은 해 10월 4일 일본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이후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러 차례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내각은 작년 11월 말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해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면서 항공권 예약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자국민의 입국까지 막으려고 했다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에 항공권 신규 판매 중단 조치는 철회했다.
18세 이하 자녀에게 1인당 10만엔(약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작년 10월 '5만엔 연내 현금 지급·5만엔 내년 봄 쿠폰 지급' 방침을 결정했다가 행정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지적에 '연내 전액 현금 지급'으로 선회했다.
올해 들어서도 공적 연금 수급자에게 5천엔(약 5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의 건의로 추진하다가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비판에 백지화했다.
한국 정부가 반발하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에 관해서도 당초 추천을 보류하려고 했다가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당내 강경보수파의 반발에 추천을 강행했다.
정책 결정의 잦은 변경은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교도통신은 "정책 입안은 주로 총리관저에서, 정권 운영에 직결되는 정국 대응은 자민당 집행부가 담당하는 형태이지만, 조정역의 부재로 삐걱거리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의 예측 능력이 철저하지 못한 것도 한몫하면서 (잦은) 정책 변경 등이 (출범 6개월을 맞은 기시다 내각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비판 수용 정책 수정에 '상향식 의사결정' 평가도
다만,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듣는 힘'을 자신의 강점으로 제시한 바 있어 비판을 수용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그의 유연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스가 정권에서 진행된 총리관저 주도의 '톱다운'(하향식)을 '보텀업'(상향식)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처와 여당 등의 정책 제언을 수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최종 판단 때 수정도 용이하다"고 평가했다.
잦은 정책 수정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초기보다 지금이 더 높은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3일 18세 이상 유권자 1천72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59%로 지난달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요미우리가 작년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갓 출범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56%였다.
요미우리가 내각 지지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출범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지율이 50% 이상이었던 내각은 호소카와 내각(1993년 8월·이하 출범 기준), 고이즈미 내각(2001년 4월), 제2차 아베 내각(2012년 12월) 등 3차례뿐이었다. 이중 고이즈미 내각과 제2차 아베 내각은 5년 이상 이어진 장기 정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난달 25∼27일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61%로 전달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달 19∼20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역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0%로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정책 성과 미흡…'새로운 자본주의' 방향성 모호 비판도
기시다 내각이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간판으로 내건 '새로운 자본주의'(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는 여전히 정책 방향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골격을 이제 슬슬 내놓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고유가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일본 내에서 코로나19가 재차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도 참의원 선거를 앞둔 기시다 내각에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니치는 "(기시다 총리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이겨내면 전국적인 국정선거(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에 접어들어 장기 집권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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