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 생존자 "러군, 보이는 사람 모조리 쐈다"

입력 2022-04-04 12:29   수정 2022-04-04 17:47

[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 생존자 "러군, 보이는 사람 모조리 쐈다"
NYT "집집마다 수색하고 물건 훔쳐…민간인 때리고 고문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 증거들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부차에 있던 민간인들을 향해 보이는 대로 무차별 사격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차 주민인 안토니나 포마잔코는 러시아군이 부차에 처음 진격한 날인 2월 27일 오전 그의 딸 테티아나 포마잔코(56)가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NYT에 말했다.
당시 테티아나는 러시아 탱크 대열이 나타나자 이를 보기 위해 집 밖 정원으로 나왔고 이를 본 러시아군은 테티아나를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은 집 주변의 울타리를 뚫고 테티아나를 맞췄으며 그는 즉사했다. 테티아나의 시신은 여전히 집 앞 정원에 쓰러져 있으며 76세인 안토니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비닐과 나무 판자로 덮어 놓는 것이었다.
살해된 테티아나의 동창인 스비틀라나 무니크는 "러시아군은 보이는 사람을 모조리 쐈다"며 "테티아나의 어머니가 집에 있는데도 가스관을 향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세르히우 카플리시니는 지난달 10일까지 부차에서 검시관으로 일하다 탈출했고, 지난 2일 돌아왔다.
그는 부차를 떠나기 전 57구의 시신을 묘지에 묻었는데 이 중 15구만 자연사였고 나머지는 총상이나 포탄의 파편에 의한 것이었으며 3구만 우크라이나군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부차로 돌아온 뒤 30여구의 시신을 더 수습했는데 13구는 손이 뒤로 묶인 채 머리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쏜 것으로 보이는 총상이 있는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부차에는 러시아군의 시신들도 발견됐다. 부차 주민들은 러시아 탱크들이 처음 진격했을 때 드론에 의한 공격을 받았고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부차 주민인 코스티안틴 모모토프는 두명의 러시아군이 군복과 군화를 벗고 민간인 옷을 입었지만 두 사람 모두 머리에 총을 맞았다며 "길 위쪽 집 마당에 있는 시신 2구는 러시아 군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차 주민들은 또 러시아 탱크에 대한 드론 공격 이후 지난달 4일 러시아 지원군이 도착했으며 부차를 장악하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점령한 뒤 그들의 탱크를 주요 교차로와 민간인 주거지 마당에 주차하고 집집마다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부차 주민인 로만 다비도비치는 러시아군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하고 자신의 가족을 집에서 쫓아내 지하실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중에는 40세 쯤 되는 경험 많은 군인도 있었지만 바냐라고 불리는 19세 군인도 있었다며 바냐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부상을 입어 집에 보내지는 꿈을 꿨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군은 자신의 집 위층 방 창문에서 거리를 향해 계속해서 총을 쐈으며 물건을 훔쳐갔다며 "바냐는 자신들이 점령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45세 조각가 비탈리 시나딘은 러시아군이 기지로 사용하던 집에서 쇠막대에 묶여 있었다며 "그들은 나를 때리며 '우크라이나군은 어디에 있느냐?', '마을에 있는 영토방위군은 누구냐?'고 물었다"고 NYT에 증언했다.
NYT는 그의 허벅지와 등이 검붉은 피멍으로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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