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상세포의 킬러 T세포 자극, '면역 탈진' 벗어나는 데 필수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 저널 '이뮤니티'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조혈 골수 간세포(progenitor cell)로부터 생성되는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는 성숙 과정에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란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면역계의 '감시병' 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의 주 기능은 침입 병원체의 항원을 다른 주요 면역세포에 알리는 것이다.
미성숙 상태의 수지상세포는 TRL(toll like receptor) 같은 패턴 인식 수용체를 이용해 주변에 병원체가 없는지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러다가 병원체를 만나면 통째로 집어삼켜 단백질을 분해한 다음 그 조각을 MHC(주조직 적합성 복합체) 분자로 표시한다.
이렇게 성숙해진 수지상세포는 림프절로 이동해 도움 T세포((helper T cell), 세포독성 T세포(killer T cell), B세포 등에 병원체의 항원을 제시한다.
이런 수지상세포가 암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 관문 억제' 치료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수지상세포가 없으면 '면역 관문 억제' 치료제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셀 출판사(Cell Press)가 발행하는 면역학 저널 '이뮤니티'(Immunity)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호주 멜버른대의 도허티 연구소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이나 암에 걸리면 면역계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킬러 T세포'의 공격 능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이런 현상을 '면역 탈진'(immune exhaustion)이라고 한다.
'면역 관문 억제' 치료제(checkpoint inhibitor) 같은 약으로 면역 탈진을 차단하면 혈액암 등에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는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도 심하다.
지금까지 '면역 탈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킬러 T세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탓인지 수지상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의 역할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킬러 T세포가 '면역 탈진'에 빠질 때 수지상세포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
일부 유형의 암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면역 관문 억제제가 면역 기능을 되살릴 때도 수지상세포의 역할이 꼭 필요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뷔르츠부르크대의 볼프강 카스텐뮐러 교수는 "면역 관문 억제제는 킬러 T세포와 수지상세포의 접점(interface)에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면역 관문 억제제를 썼을 때 킬러 T세포와 수지상세포의 상호작용이 어떤 지점에서 이뤄지고, 이런 상호작용이 어떻게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결과를 결정하는지 확인했다.
수지상세포는 정확히 과잉 반응을 막을 수 있는 수위까지만 킬러 T세포를 활성화했다.
이렇게 정밀하게 활성 수위가 조절돼야 킬러 T세포가 적시 적소에서 맞서 싸울 태세를 갖췄다.
흥미롭게도 이런 기능을 수행할 때 수지상세포는 림프 기관 내에서 최적의 해부학적 위치를 유지했다.
이런 수지상세포가 없으면 면역 관문 억제제도 효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킬러 T세포의 고삐가 완전히 풀려 염증이 더 심해지고 면역계의 감염 통제 능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장차 바이러스 감염증과 암 치료 연구에 많은 함의를 갖게 될 거로 연구자들은 기대한다.
공동 제1 저자인 멜버른대의 자미 베도우이 교수는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HIV), 간염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감염 질환과 피부암, 폐암, 신장암 등이 그 범주에 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