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과거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독일 때문이라는 여론이 제기되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반박하고 나섰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한 결정이 옳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렸던 나토 정상회의에서의 결정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당시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반대했고 결국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무산됐다.
이어 메르켈은 "우리는 부차 등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잔혹한 행위를 보고 있다"라며 "러시아의 야만적 행위를 끝내기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화상연설을 통해 "이날은 나토 정상회의가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퇴짜를 놓은 지 14년째 되는 날"이라며 수년 동안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며 양보해왔다며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수장이던 메르켈 전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나는 두 사람을 부차로 초대해 14년간 이어진 러시아에 대한 양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AFP는 지난 16년간 독일 총리를 지낸 메르켈이 한때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칭송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그의 업적에서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전 총리 시절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높였고 러시아 가스 수입을 더 늘리기 위해 '노르트 스트림-2'를 추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는 그간 독일의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여당 '법과 정의당' 대표도 3일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향돼 있다"며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막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년간 독일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결과를 오늘 보고 있다"며 "폴란드는 유럽에서 독일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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