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보리 연설서 학살 영상 공개…"안보리서 러시아 퇴출하라"
뉘른베르크식 국제재판소도 제안…유엔 총장 "독립적 조사 촉구"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실시간 화상연설을 하고 최소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부차 학살' 등에 관해 보고한 뒤 이같이 주장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국방색 셔츠 차림에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안보리 첫 연설을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어린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90초 분량의 끔찍한 영상을 틀어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전날 부차를 직접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신의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라며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성들은 자녀들의 눈앞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고 덧붙인 뒤 "누군가는 거리에서 총살당했고, 다른 누군가는 우물 안으로 던져져 괴롭게 죽어갔다"라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그들(러시아군)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는 단 하나도 없다"면서 "그들은 고의로 아무나 죽이고 온 가족을 몰살했으며 시신을 불태우려 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러한 짓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와 같은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만행을 단죄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후 나치 독일의 전범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같은 국제 법정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범죄 명령을 내린 사람과 이 명령을 수행한 사람들을 뉘른베르크 재판소와 비슷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침략 당사자이면서도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러시아를 향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보리 자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안보리가 보장해야 할 안보는 어디에 있는가? 그곳(부차)에는 없었다"라며 "다른 대안이 없다면 다음 선택지는 여러분이 해체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은 유엔의 문을 닫을 준비가 됐는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는가?"라고 물은 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당장 행동해야 한다.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라고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당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묵하는 노예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방을 비롯한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도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하는 안을 안보리에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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