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2대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알카에다를 이끌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뒤 2011년부터 조직 수장이 된 알자와히리는 그간 꾸준히 나돌던 사망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동영상을 공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인도 매체들과 AP통신에 따르면 알카에다 선전 매체(As-Sahab Media)는 지난 5일 알자와히리가 연설하는 9분짜리 동영상을 배포했다.
알자와히리는 '인도의 고귀한 여성'이란 주제로 올해 2월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가 내린 '히잡 등교 금지령'에 맞선 여대생에 대해 발언했다.
작년 말 카르나타카주 우두피 지역 한 대학교가 히잡 착용 무슬림 여학생의 입학을 금지하면서 종교 갈등이 불거졌고, 잇따라 인근 학교로 히잡 착용 등교 금지령이 퍼졌다.
그러자 무슬림 학생과 힌두교도 학생이 무리를 지어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물리적 충돌을 시작했고, 이에 주민들까지 가세해 큰 문제가 됐다.
인도는 인구의 80%가 힌두교이고, 무슬림은 14% 정도를 차지한다.
알자와히리는 동영상에서 히잡 등교 금지령에 맞선 여대생 '무스칸 칸'을 고귀한 여성이라며 칭찬했다.
우두피 지역 대학생인 칸은 지난 2월 10일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히잡 등교 옹호 집회에 참여해 힌두교 남학생들에 맞서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는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SNS에 퍼져 유명해졌다.
알자와히리는 칸의 동영상을 보고 감동해 시까지 지었다며 인도의 무슬림들이 억압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자와히리가 최근 발생한 '히잡 등교 금지령'에 대해 발언함에 따라 그간의 사망설은 힘을 잃게 됐다.
알자와히리는 2020년부터 사망설이 돌았다.
그는 작년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영상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일각에서는 '영상이 최근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영상 메시지에서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는 언급했지만, 탈레반의 재집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공개한 동영상으로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한 것으로 추정됐다.
알자와히리는 국제 지명수배 중이며 미국 정부는 그의 체포에 2천500만 달러(304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알자와히리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한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나 바다크샨주에 은신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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