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조해 中 제품 배제할지 주목…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7일 일본 중의원(하원)을 통과한 경제안보법안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기술 개발 및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일본 정부는 특정국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중국과 기술 패권을 다투는 미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에는 ▲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 강화 ▲ 기간 인프라 산업 안전 확보 ▲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 군사 전용 가능 기술의 특허 비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특정중요물자'라는 명칭의 전략물자로 반도체, 의약품, 희토류, 축전지 등을 상정하고 있다.
핵심은 반도체 확보다.
일본은 이미 반도체 국내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투자액 8천억엔(약 8조원) 중 절반을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일본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국내 반도체 수요의 약 60%를 중국과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 유치와 자국 기업 육성을 통해 자립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기·가스·석유·수도·전기통신·방송·우편·금융·신용카드·철도·화물자동차운송·외항 화물·항공·공항 등 14개 기간 인프라업종의 기업이 '중요 시스템'을 도입할 때 정부가 우려하는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사전 심사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예컨대 은행이나 증권사가 새 전산 시스템을 도입할 때 정부는 사전에 안전성을 심사하고 사이버 공격 등의 위험이 있는 설비나 부품 등은 배제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일본도 인프라 시설에서 중국 제품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개발할 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민관 협력 협의회'를 설치해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아울러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특허 정보는 비공개로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안보법안에 대해 "중국 관련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와 사이버 공격 대비 등을 담았다"고 8일 평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간판 정책 중 하나인 경제안보법안은 중의원 본회의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주요 야당의 찬성 속에 가결됐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당초 이 법안의 문제점을 철저히 추궁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찬성으로 돌아섰다.
조만간 참의원(상원)에서도 이 법안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의원 심의 과정에서 규제의 범위가 모호하고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게이단렌 등 일본 경제단체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업 활동의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14개 인프라 업종의 중요 시스템 도입 때 정부에 사전 보고하고 심사를 받는 규정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이고 자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규제의 범위를 알기 쉽게 해서) 예측 가능성을 높였으면 한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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