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중립 유지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내 여론 급변
나토 내부서도 환영 분위기…러 자극해 군사행동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핀란드와 스웨덴 내 여론이 급변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곧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나토 관계자들을 말을 인용해서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핀란드·스웨덴 장관도 참석한 가운데 최근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 사안이 거론됐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하면서 나토에 불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 내 여론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핀란드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에 사실상 판단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8일 의회의 나토 가입 논의 문제에 대해 "수주 내 할 수 있다"면서 해당 논의가 올여름 전에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스텁 전 핀란드 총리는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협력을 희망하는 이상주의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상비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오랫동안 대립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상주의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지난달 말 현지 공영방송인 SVT와 인터뷰에서 나토 가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 스웨덴은 5월 말까지 안보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접국 핀란드의 결정에 따라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스웨덴 정부 관계자는 CNN에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결정하면 나토 가입은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양국이 상당 기간 나토와 협력하면서 상호운용성이나 군(軍)에 대한 민주적 통제적 측면에서 나토 가입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국이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 전력 증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나토와 정보 공유 수준을 대폭으로 올렸으며 나토 가입으로 이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정부의 이런 움직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이 오류가 있었다는 점이 더 드러나게 됐다고 나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 저지가 침공의 목적이었지만 핀란드, 스웨덴의 변화를 보면 오히려 정반대 효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구심점을 상실했던 나토 동맹이 다시 활성화되고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터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침공 뒤) 지난 6주간 보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급격한 변화는 푸틴의 전략적 실패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말했다.
다만 양국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 영국 스카이 뉴스에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시 안보 상황에 대한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며 "러시아는 안전 보장을 위해 서부 국경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가 최근 두 번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 비행기가 핀란드의 영공을 침범한 사례는 러시아의 경고 신호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핀란드 내에서도 나토 가입 시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을 정부가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핀란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안보 상황이 불안해 나토에 가입하든 하지 않든 모든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나토 회원국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러시아가 공격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유럽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런 일이 실제 발생하면 나토 가입 전이라도 이들 국가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국가도 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근 "과도기에 생길 수 있는 안보적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 지원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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