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거부권'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지위박탈 불가
강대국 일방주의 지속…거부권 제한·권한 지역안배 등 개혁론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오던 유엔 개혁 문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예고된 전쟁조차 막지 못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무능, 계속 되풀이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일방주의 행태, 지역적으로 불균등한 권한 배분을 둘러싸고 개혁 필요성 제기가 분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안보리 화상 연설에서 자국을 침공하고 민간인을 학살한 의혹이 있는 러시아를 안보리에서 즉시 퇴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일본 국회 연설에서는 안보리가 야만적 침략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엔은 세계 평화 보장과 제3차 세계대전 방지 등을 위해 1945년 창설됐다.
안보리 안건에 거부권을 가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은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계 현안에 개입하는 불균형적 권한을 행사해왔다.
가령 러시아는 자국이 비호하는 시리아를 겨냥한 제재나 조사안 등에 2011년 이후 15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안보리 권고를 토대로 총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러시아를 제지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영국도 2003년 유엔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강대국의 초법적 일방주의와 결부된 거부권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적 불균형도 안보리 개혁이 제기되는 이유다.
상임이사국에 아프리카 및 남미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2년 임기의 10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의 경우에는 상임이사국과 달리 주로 '서류 작업'만 맡고 있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상임 및 비상임 이사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한 이 같은 제안마저도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를 추가할지, 어느 나라에 거부권을 부여할지에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한 외교관은 "논의 진행을 막는 것을 거부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차단해야 하고 상임이사국 5곳이 모든 회원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문제는 지난 8일 유엔 개혁에 대한 비공식 회의에서도 거론되기도 했다.
프랑스와 멕시코는 중대 범죄에서 거부권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리히텐슈타인은 거부권을 사용하면 총회에서 사유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소수 회원국 때문에 발생하는 마비를 딛고 나아가기 위해 안보리가 민주화돼야 한다"고 7일 주장했다.
남아공은 인도, 일본, 독일, 브라질 등과 같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보리 개혁은 권한 약화를 우려한 상임이사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한 이뤄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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