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 논란' 속 공약 이행…지지율 60% 넘어 무난한 재신임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를 계속 맡길지, 아니면 중도에 물러나게 할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10일(현지시간) 오전 시작됐다.
멕시코 전역 5만7천500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이날 투표는 멕시코 역사상 처음 치러지는 대통령 소환 투표라는 점, 그리고 소환 투표를 추진한 주체가 다름 아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년 임기의 중반에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불필요한 '정치 쇼'라는 야권의 비판과 예산을 둘러싼 선거관리당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대통령은 투표를 관철했다. 이번 투표엔 7천800만달러(약 958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아침 부인과 함께 멕시코시티 대통령궁 인근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한 후 "가정에서든 학교나 단체, 공적 영역에서든 민주주의가 있어야 한다"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은 자신이 투표에는 참여하겠으나, 소환 찬반 어느 한쪽에 투표하는 대신 무효표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도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투표에서 무난히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 중에도 대통령 중도 낙마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 대통령 소환에 찬성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결과가 구속력을 가지려면 투표율이 40%를 넘겨야 하는데, 이것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통령이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셀프 소환투표'에 나랏돈과 인력을 낭비한다고 비판하는 야권은 소환 찬성 투표보다는 투표 자체 보이콧을 유도해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투표율이 16∼25%가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대통령 열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 투표 결과보다는 투표율 자체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투표율이 40% 미만이어도 자신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으면 물러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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